시정의 거간꾼이 된다면

시정의 거간꾼이 된다면 채근담(菜根譚) 후 125 산림의 선비는 청빈하게 살지만 그윽한 멋이 절로 넉넉하며 들판의 농부는 거칠고 소박하지만 천진스러움이 넘친다 만약 한 번 몸을 잃어 시정의 거간꾼이 된다면 이는 차라리 구렁텅이에 굴러떨어져 죽을지언정 끝까지 몸과 마음이 맑음만 못하다 山林之士(산림지사)는 淸苦而逸趣自饒(청고이일취자요)하고 農野之夫(농야지부)는 鄙略而天眞渾具(비략이천진혼구)하니 若一失身市井駔儈(약일실신시정장쾌)면 不若轉死溝壑(불약전사구학)이로되 神骨猶淸(신골유청)이리라 산림에 숨어 사는 선비는 비록 가난에 시달리지만 높은 취미가 스스로 넉넉하며 들에서 일하는 농부는 비록 거칠고 단순하되 천진과 난만을 고스란히 갖추고 있다 그들이 만일 시정의 장사꾼 사이에 몸을 던지면 이는 오히려 구렁텅이에 떨어져 죽어도 몸과 마음이 끝까지 깨끗함만 못할 것이니 시정은 곧 시궁창과 같아 몸과 마음을 더럽히는 까닭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