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 한국 사회를 포착하다, 이장호의 '바람 불어 좋은날' [한국영화 걸작선] / YTN KOREAN](https://poortechguy.com/image/DgsXpXYgnNo.webp)
자본주의 한국 사회를 포착하다, 이장호의 '바람 불어 좋은날' [한국영화 걸작선] / YTN KOREAN
1980년대는 광주민주화 운동을 무참하게 짓밟은 신군부가 민주주의에 대한 희망을 꺾으면서 시작됐습니다 정치적으로는 여전히 암울했지만, 한국영화계에는 새로운 재능을 가진 감독들이 꾸준히 좋은 작품들을 선보였는데요 이장호 감독이 그 선두에 서 있었죠 오늘 한국영화 걸작선에서 소개해드릴 영화는 자본주의 한국 사회의 풍경을 대단히 신랄하게 포착해 주목을 끌었습니다 영화 '바람 불어 좋은날', 지금 만나보시죠 영화의 도입부입니다 시골에서 올라온 세 명의 청년, 덕배와 춘식, 길남이 갖은 고생을 하며 일하는 장면을 익살스러운 톤으로 보여줍니다 원래 농촌이었다가 재개발로 도시로 변한 서울의 변두리 마을이 이 영화의 배경인데요 각자의 고향에서 상경한 세 젊은이들은 밑바닥 생활로 근근이 생계를 이어갑니다 비록 가난하지만 그들은 서로를 의지하며 위안을 삼죠 [길남 : 야, 너 어렸을 적에 개구리 넓적다리 구워 먹던 거 생각 안 나냐?] [덕배 : 맛있지 닭고기랑 한 가지야 ] [춘식 : 이 녀석들 또 비위 상하게 만드네 ] 덕배는 다툼을 벌이던 상류층 젊은이들 때문에 배달 중인 음식을 엎어 버리는 낭패를 당하고 그들의 다툼에 끼어드는데요 [덕배 : 음식값 좀 물어주시오 ] 덕분에 남자에게 모욕을 당하는 덕배 [명희 : 10만 원짜리 바꿀 것 있어요? 어느 집이죠? 어느 집에서 일하냐고요 ] 이 대목을 통해 빈부의 격차, 계층 간의 골이 깊어진 한국 사회의 일면을 상징적으로 드러내 보이죠 춘식은 같은 이발소에서 일하는 미스 유를 좋아하지만, 역시나 가난한 처지의 그녀에게 자신의 감정을 고백할 입장이 못됩니다 [미스 유 : 얘, 춘식이 거기서 뭐 하는 거야? 어머 얘 내려와!] [춘식 : 미스 유! 미스 유! 사랑해 ] [미스 유 : 뭐라고?] 미스 유는 그러나 이발소 단골이자 부동산 부자 김 회장의 유혹을 받게 됩니다 [김 회장 : 미스 유 춤출 줄 알아?] [미스 유 : 아니요 못 배웠어요 ] [김 회장 : 저런 요즘 여자가 사교춤을 못 춰서 쓰나 어때 배울 마음 없어?] [미스 유 : 뭐, 배우고는 싶지만… ] [김 회장 : 됐어 오늘 밤부터 당장 시작하는 거야 ] 미스 유는 춘식을 마음에 품고 있지만, 병중인 아버지 수발과 동생들 뒷바라지를 위해 어쩔 수 없이 김 회장의 첩이 되고 맙니다 한편, 덕배는 같은 중국집에서 일하는 소년에게 서울 살이에 대한 의미심장한 가르침을 주는데요 [덕배 : 참고 살아야 해 보고도 못 본 척 듣고도 못 들은 척 말하고 싶어도 벙어리인 척 나 말 더듬지 않을 수 있어 그런데 서울 와서 몇 년 고생하고 보니 뱉고 싶은 대로 하고 싶은 대로 어디 할 수가 있어야지 ] 이 대사는 영화 '바람 불어 좋은 날'을 관통하고 있는 주제 의식을 함축적으로 보여주는데요 누군가의 피고용인으로서 자신의 생각과 바람을 자유롭게 표출할 수 없는 하층민의 경제적 사정과 당시의 억눌린 정치적 상황을 동시에 은유하고 있는 것이죠 이런 풍자는 영화 곳곳에서 발견되는데요 앞서 덕배와 우연히 만났던 상류층 명희가 덕배를 불러내 유혹하는 장면도 비슷한 맥락입니다 [명희 : 뭐하고 있어요? 어서요 ] [덕배 : 진심인가요?] [명희 : 아이, 빨리요 ] [덕배 : 정말로 괜찮을까 모르겠네요 ] [명희 : 아이 참, 어서요 아하, 재미있어 ] [덕배 : 그럴 줄 알았어 ] [명희 : 덕배 씨, 날 찾아봐요 ] [덕배 : 날 장난감으로 알고 있나 봐 ] "날 장난감으로 알고 있나 봐 " 덕배의 이 자 (중략) #바람불어좋은날 #한국영화 #최광희평론가 #고전영화 #안성기 #민주화운동 #이장호감독 #한국영화걸작선 ▶ 기사 원문 : ▣ YTN KOREAN 유튜브 채널구독: ▶ [APP] Android: ▶ [APP] iOS: ▶ Facebook : ▶ Website : [더 큰 한민족 네트워크 / YTN KORE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