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0번의 금요일…잊지 않겠다는 '약속' [세월호, 10년] / EBS뉴스 2024. 04. 08

520번의 금요일…잊지 않겠다는 '약속' [세월호, 10년] / EBS뉴스 2024. 04. 08

[EBS 뉴스] 서현아 앵커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고 또 바라면서 참사를 기억하기 위한 움직임은 다양한 방식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세월호 참사 가족협의회에서는 최근 2건의 공식 기록지를 내놨는데요 이 작업에 함께한 강곤 작가와 자세한 이야기 나눠봅니다 작가님 어서 오세요 두 책은 모두 세월호 참사를 다루고 있지만 접근 방식에는 차이가 있습니다 어떤 점이 다릅니까? 강곤 작가 / 4·16세월호참사작가기록단 2년 전쯤에 가족협의회에서 10주기를 맞아서 백서를 써달라는 요청이 왔는데, 일반적으로 백서라고 하면 보통 관공서에서 내놓는 자화자찬 일색의 두꺼운 자료집을 떠올릴 텐데요 그것도 관계자가 아니면 거의 읽어보지 않잖아요 그런 기록집이라면 별 의미가 없다고 생각을 해서 10년 동안 가족들이 어떤 마음으로 어떤 활동을 했는지 거기는 어떤 의미가 있었는지 그리고 10주기 이후에도 시민들과 계속 같이 하자라는 메시지를 담았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10년 동안의 가족들의 활동을 기억이나 각성, 편견 이런 걸로 키워드를 묶어서 12개의 이야기로 재구성한 것이, '520번의 금요일'이라는 책입니다 마치 전래동화처럼 입에서 입으로 구전되기를 바라는 마음이었고요 또 저희는 10주기 기록 작업을 하면서 꼭 전하고 싶은 목소리가 있었는데 청소년이나 청년이었던 생존 학생들이나 희생학생, 형제자매들의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습니다 왜냐하면 세월호 참사에서 가장 중요한 당사자이자 목격자 증인이었는데 그들의 목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거나 비슷한 이야기만 나왔기 때문이거든요 그래서 그들을 만나서 인터뷰를 한 뒤에 그들의 목소리로 정리한 구술집이 '봄을 마주하고 10년을 걸었다'라는 책입니다 서현아 앵커 지난 10년간 가족협의회가 걸어온 길을 담은 '520번의 금요일',가족들은 솔직한 기록을 원했다고 하는데 집필하는 과정에서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두셨습니까? 강곤 작가 / 4·16세월호참사작가기록단 솔직한 기록이라는 것은 저는 두 가지 마음이 있었다고 생각을 하는데요 첫 번째는 가족들이 10년 동안 너무나 치열하고 정말 최선을 다해서 활동을 해오셨기 때문에 아주 당당하게 객관적인 평가를 받아보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고, 또 하나는 조금 부끄럽고 부족한 시행착오나 이런 것들도 기록이 되어야지 다른 재난참사 피해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기록이지 않을까라는 간절함도 있으셨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물론 갈등이나 치부가 너무 생생하게 담겨진 것은 아니냐 이런 의견도 있어서 또 작가들과 계속 조율을 했었고요 어쨌든 저희가 하면서 가족들 다 만날 수도 없고 또 10년 동안 아주 많은 시민들이 함께했잖아요 그분들을 다 만나기 어려워서 저희가 앞서 말씀드린 키워드를 뽑아서 가족분들과 계속 같이 워크샵도 하고, 또 원고가 쓰이면 같이 읽고, 수정 보완도 이렇게 하고 그렇게 하면서 이렇게 공동 작업을 해왔고요 그래서 이 책이 '공식기록집'이라는 이름으로 불릴 수 있게 된 거 아닐까라는 생각을 합니다 서현아 앵커 또 다른 기록이 '봄을 마주하고 10년을 걸었다'는 생존자 그리고 형제 자매들의 목소리가 담겨 있습니다 인터뷰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은 없으셨을지 궁금한데요 강곤 작가 / 4·16세월호참사작가기록단 가장 큰 어려움이 먼저 인터뷰에 참여해 줄 분들을 찾고 만나는 것이었어요 제가 2주기 때 생존학생과 형제자매들 한 20여 명을 만나서 '다시 봄이 올 거예요'라는 책을 냈는데요 그때도 힘들었지만 이제 10년이 지났으니까 이제는 말할 수 있는 분들이 더 많아지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했는데 저희의 착각이었던 겁니다 왜 그럴까 그 이유가 이 책에도 잘 담겨져 있는데 생존자에게는 '너는 그래도 살아왔잖아'라는 어떤 신란 그런 것들이 있었고 형제자매들에게는 '그래도 자식 잃은 부모만큼의 슬픔과 고통은 아니지 않을까'라는 핀잔 같은 것들이 계속 있어서 그분들이 이렇게 내가 말해도 되는 존재인가 내가 말할 위치인가라는 계속 주저함 서성거림들이 있었다고 생각을 해요 그래도 용기를 내서 말해준 분들이 있어서 단원고 생존학생 지금 이제 성인이 된 9명과 형제자매들 그리고 본인을 세월호 세대라고 생각하고 함께 활동해 왔던 20대 청년 두 분, 이 분들의 목소리를 기록할 수 있게 됐습니다 그래서 이 책 서문에는 '어쩌면 참사의 본질은 사건 이후에 있는지도 모른다'라는 구절이 있는데요 한국사회가 재난 참사를 겪은 청소년과 청년들에게 얼마나 폭력적이고 무례했는지 지금도 무례한지 이런 것들을 잘 보여주고 있고, 또 그럼에도 거기서 이분들이 얼마나 안간힘을 쓰면서 잘 살아냈는지도 잘 담겨 있습니다 그래서 저를 비롯해서 세월호 참사 당시에 소위 어른이라고 불렸던 기성세대들이 좀 많이 읽고 반성이나 성찰을 해 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서현아 앵커 어쩌면 사건의 본질은 참사 이후에 있는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모두가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과제는 앞으로 더 중요한 시간들이 많이 남아 있다고 봐야 될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이 세월호와 이태원 참사를 겪으면서 우리 사회가 확인한 과제들은 무엇이고 또 앞으로 어떻게 풀어나가면 좋을지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강곤 작가 / 4·16세월호참사작가기록단 가장 분명한 세월호 참사 이후의 변화는 이제 더 이상 국가나 사회가 시민들을 죽게 내버려둬서는 안 된다 라는 인식이 싹 텄고 널리 퍼졌다고 생각해요 직장에서 일을 하러 갔다가 죽거나, 길을 걷다가 죽거나, 축제에 갔다가 죽으면 안 된다, 그 영향으로 중대재해처벌법도 만들어졌다고 생각을 하고 지금 이태원 참사 분향소가 서울시청 앞에 차려져 있는 것도 그 때문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시민들의 의식은 바뀌었는데 정부의 인식이나 태도는 여전히 따라오고 있지 못하다고 생각하고요 이태원 참사 직후에 유가족들이 모이는 것을 못하게 하거나 아니면 책임 있는 정치인들이나 장관이 사법적 정치적 책임을 회피하는 걸 봤을 때 좀 더 교활해지거나 후퇴한 것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되고요 제일 중요한 거는 이제 법 제도에서 피해자 중심 적으로 법 제도가 전면적으로 바뀌는 것도 중요하고 지난 정부에서 이렇게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가 있었는데 거기서 상설적 재난조사 기구도 설치하라고 권고를 했거든요 그런 것도 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다만 중요한 건 제일 중요한 것은 이 과정에서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귀기울이는 게 가장 중요하지 않을까 진상규명이 되거나 기억 추모 공간이 만들어진다고 하더라도 희생된 가족들이 돌아오는 건 아니잖아요 그렇지만 피해자들은 똑같은 참사가 재발하지 않기 위해서 계속 목소리를 내고 계시거든요 그분들의 목소리에 더 많은 시민분들이 이 책을 읽는 독자분들이 함께해 주시기를 하는 바람입니다 서현아 앵커 피해자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10년의 세월을 촘촘히 담아낸 이 기록들을 통해서 이 사회적 참사가 반복되지 않아 하는 변화의 계기가 마련되길 바라겠습니다 작가님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