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한반도] “완전한 비핵화”·“새로운 길”…신뢰·압박 동시에 / KBS뉴스(News)
[앵커] 김정은 위원장이 올해 신년사를 발표했습니다 과거와는 달리 파격적 형식이었다는 평가가 나온 가운데, 완전한 비핵화란 표현을 처음 사용하고 2차 북미정상회담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내는 등 내용에서도 주목할 부분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새로운 길이란 표현과 한미 군사훈련 중단 요구 등 면밀한 분석이 필요한 대목도 곳곳에 포함돼 있었다는 평가입니다 오늘 이슈앤 한반도에서는 김정은 위원장의 신년사 집중 분석하고, 또 이에 대한 미국의 반응 등 짚어봅니다 이다솜 리포터입니다 [리포트] 새해를 알리는 종소리와 함께 불 밝힌 노동당 청사가 화면을 채웁니다 양복 차림의 김정은 위원장이 등장하자, 김창선 국무위원회 부장이 맞이합니다 환하게 웃는 김여정 제1부부장이 뒤를 따릅니다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 : "온 나라 가정들에 사랑과 희망, 행복이 넘쳐나기를 축원합니다 "] 김 위원장의 올해 신년사는 형식면에서 파격적이었습니다 매년 당 깃발 옆에 마련된 단상에서 신년사를 발표했던 김 위원장 올해는 관례를 깨고 아버지와 할아버지의 초상화가 그려진 집무실 소파에 앉았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원고를 보고 있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상대에 얘기하듯 시선을 처리했고, 연설 도중 수차례 나오던 인위적인 박수소리도 시작과 끝, 두 차례로 줄었습니다 북한 주민들에게는 보다 친화적인 지도자상을, 대외적으로는 정상국가의 면모를 강조하려 한 것으로 보입니다 [정성장/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 : "북한이 신년사 발표 방식을 바꾼 것은 그 이전에 북한이 보여줬던 호전적이고 상당히 억압적인 그런 모습에서 권위주의적인 모습에서 탈피해서 국제사회와 서양세계와 잘 어울릴 수 있다라는 그런 인상을 주기 위한 것으로 판단됩니다 "] 30분간 이어진 김정은 위원장의 올해 신년사는 형식 못지않게 내용도 과거와는 다른 점이 많았습니다 핵단추, 전쟁도발 등 원색적 표현이 사라졌고 남북, 북미 관계를 진전시키려는 여러 제안들이 눈에 띄었는데요 하지만 향후 협상에 부담을 줄 수도 있는 표현들도 간간이 포함돼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가장 주목을 받은 건 김정은 위원장이 완전한 비핵화를 육성으로 처음 언급한 겁니다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 : "완전한 비핵화로 나가려는 것은 우리 당과 공화국정부의 불변한 입장이며 나의 확고한 의지입니다 "] 핵무기를 생산, 시험, 사용, 전파하지 않겠다며 비핵화 조치를 보다 구체화했고, 언제든 트럼프 대통령과 마주앉을 준비가 돼 있다면서, 새 북미 관계 수립과 2차 북미정상회담에 변치 않은 의지를 드러냈습니다 하지만 단서가 붙었습니다 바로 '미국의 상응조치' 적절하나 상응조치가 없을 경우 새로운 길을 모색하겠다는 겁니다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 : "(미국이) 우리 인민의 인내심을 오판하면서 제재와 압박으로 나간다면 우리로서도 어쩔 수 없이 부득불// 새로운 길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게 될 수도 있습니다 "] 대북제재 해제 등 미국의 보다 적극적인 관계개선 노력을 압박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 핵경제 병진노선으로 복귀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는 분석입니다 하지만 "모색하지 않을 수 없게 될 수도 있다"는 어색한 표현에서, 압박이 강력하게 해석되지 않도록 신경 쓴 흔적이 보입니다 [박원곤/한동대 국제지역학 교수 : "그 새로운 길이라는 것은 전반적으로 북미가 여태까지 해왔던 것을 제대로 지키고 여전히 대화와 타협을 통해서 비핵화의 길로 가되, 만약에 미국이 지금같이 제재와 그런 압박 책동을 계속하면 북한으로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우리가 그렇게 읽어야 할 것 같습니다 "] 김 위원장이 한반도 평화체제를 위한 다자 협상을 처음으로 제안한 것도 주목받고 있습니다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 : "정전협정 당사자들과의 긴밀한 연계 밑에 조선반도의 현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하기 위한 다자협상도 적극 추진하여 "] 특히 협상 주체를 정전협정 당사자로 명시한 건,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체결 과정에 중국을 포함하자는 의도로 보입니다 한국의 중재로 북미가 협상하는 3자 구도가 아닌 중국이 참여하는 4자 구도를 만들어 대미 협상력을 높이려한다는 분석입니다 [정성장/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 : "김정은 위원장이 중국의 참여를 확실하게 밝힌 것은 중국을 상당히 배려한 그런 내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올해 비핵화 진전과 함께 평화체제로 전환하기 위한 평화협정 체결을 위한 협상도 게시돼야 한다는 그런 입장을 이번에 밝힌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김 위원장은 한반도 정세 긴장의 근원으로 한미 연합훈련을 지목하면서, 미국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 중단도 요구했습니다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 : "외세와의 합동군사연습을 더 이상 허용하지 말아야 하며 외부로부터의 전략자산을 비롯한 전쟁 장비 반입도 완전히 중지되어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주장입니다 "] 지난해 연합훈련에 대한 이해를 표했던 것과 달리, [정의용/청와대 국가안보실장 : "한미연합훈련과 관련해서 오는 4월부터 예년 수준으로 진행하는 것을 이해한다 그런 입장을 밝혔습니다 "] 이번엔 노골적으로 한미 훈련의 완전한 중단을 요구했습니다 새삼스런 요구는 아니지만 북한 최고지도자가 신년사를 통해 이를 직접적, 공개적으로 밝혔다는 데서 이례적입니다 비핵화가 북한만의 비핵화가 아닌 한반도 전역의 비핵화를 의미함을 강조하고, 미국의 핵우산으로 상징되는 남한의 비핵화 조치도 함께 이뤄져야 함을 언급하려 했다는 분석입니다 김 위원장은 신년사에서 수십 차례 자력갱생을 강조했습니다 이어 북한 매체들도 일제히 경제 과업 관철을 독려하고 나섰습니다 [강영진/청년동맹중앙위원회 비서/1일/조선중앙TV : "신년사에서 사회주의건설의 새로운 승리의 화살표를 그어주시고, 우리 청년들이 한몫 단단히 해야 한다는, 이런 정말 크나큰 믿음의 말씀을 안겨 주셨습니다 우리 원수님의 믿음이면 지구도 든다! 이것이 우리 청년들의 공격정신이고 투쟁 본때입니다 "] 하지만 대북 제재 하에서의 자력갱생은 한계가 분명한 상황 김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재개를 특정한데서 남북 경협을 재제완화의 물꼬를 틀 카드로 쓰고자 하는 의지가 읽힙니다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 : "아무런 전제 조건이나 대가 없이 개성공업지구와 금강산관광을 재개할 용의가 있습니다 "] 이제 궁금한 것은 핵 협상 상대방인 미국의 반응입니다 김 위원장이 대화를 지속할 의사를 보이면서도 협상 진전을 위해선 미국의 결단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비친 만큼, 이 문제를 어떻게 풀 것인가가 향후 협상의 관건이 될 전망입니다 김 위원장의 신년사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첫 반응은 예상대로 트위터를 통해 공개됐습니다 핵무기를 만들지도, 실험하지도 전파하지도 않겠다는 김 위원장의 발언을 콕 집어 인용하며, 자신 역시 만나기를 고대한다고 밝혔습니다 [트럼프/미국 대통령 : "아마도 또 하나의 회담을 갖게 될 것입니다 우리는 정말 매우 좋은 관계를 구축했습니다 "]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나 김 위원장이 각종 상응조치를 요구하고, 특히 ‘새로운 길’을 경고한 데 대해선 특별한 언급을 내놓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미국 행정부의 반응이 이례적입니다 언론들의 신년사에 대한 공식 입장 요구에 돌아온 건“논평할 기회를 사양한다”는 짧은 답변뿐이었습니다 [박원곤/한동대 국제지역학 교수 :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이 말하는 새로운 길이라는 것은 결국, 다시 핵보유로 가지 않는 가겠다라는 의지의 표명이고 이것은 일종의 미국을 위협하고 협박한 것이다 전반적으로 미국이 기대하는 상응 조치에 대한 얘기는 전혀 없다 결국은 다시 한 번 공을 미국한테 넘겨서 미국이 북한이 원하는 조치를 취하라라는 좀 일방적인 선포였다는 것이 전반적인 분위기입니다 "] 이런 가운데 트럼프 행정부가 공식 문서를 통해 비핵화 목표를 장기와 단기로 분리해 제시한 대목이 눈길을 끕니다 미 국무부 전략보고서는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 FFVD를 장기 목표로, 북핵 동결과 핵물질 생산 중단 등을 단기 목표로 나눠 설정했습니다 선 핵폐기를 협상의 입구로 제시했던 데서 훨씬 유연한 입장으로 바뀐 겁니다 미국이 단계적 협상의 밑그림을 제시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옵니다 [정성장/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 : "북한의 비핵화는 단기간 내에 속전속결 방식으로 해결되기 어렵습니다 단번에 해결될 수 없기 때문에 몇 개의 단계를 거칠 수밖에 없는데 미 국무부에서 단기적 목표와 장기적 목표를 구별해서 설정을 했다면 이는 과거보다 초기에 비해서 매우 현실적으로 비핵화 문제에 접근하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 한반도 정세의 열쇠를 쥔 북미 정상이 2차 정상회담의 기대감을 드러내며 새해 메시지를 주고 받았습니다 2019년 첫발을 뗀 한반도 비핵화의 여정이 북미 관계 진전을 거쳐 새로운 단계로 도약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