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사라진 ‘폐기 수표’ 뭉치…파쇄업체 직원 손에

[뉴스 따라잡기] 사라진 ‘폐기 수표’ 뭉치…파쇄업체 직원 손에

기자 멘트 서울의 한 고시원에서 수표 수백 장이 뭉치째 발견됐습니다 고시원에 살던 60대 남성이 보관하던 수표입니다 십만 원과 백만 원권 등 모두 6천여만 원 상당입니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수표에 뭔가 이상한 점이 있습니다 바로 이렇게 수표 한가운데에 구멍이 숭숭 뚫려있습니다 은행에서 사용이 끝나 폐기 처분할 수표에 이런 표시를 해둔다고 하는데, 어떻게 이 수표가 은행 밖에서 발견된 걸까요 실제로 이 수표는 뚫린 구멍에 어설프게 종이가 붙은 채 시중에서 사용되기도 했습니다 사건의 전말을 따라가 보겠습니다 리포트 서울의 한 고시원으로 경찰이 들이닥칩니다 좁은 고시원 방의 주인이 내민 검은 비밀 봉투 안에서 수표 뭉치가 나옵니다 녹취 경찰 : “그런데 바로 수표를 받아요? 의심 없이? (모르던데요 )” 64살 A 모 씨가 갖고 있던 수표를 경찰이 살펴보는데, 이상한 점이 눈에 띕니다 수표 가장 자리에 구멍이 숭숭 뚫려 있습니다 녹취 경찰 : "원래 갖고 나올 때 이렇게 갖고 나왔어요? 봉투에다가?" 문서 폐기 업체에서 일했던 이 남성 파쇄해야할 수표를 폐기 직전에 빼돌려 몰래 보관하고 있다가 경찰에 적발됐습니다 인터뷰 배현(서울 도봉경찰서 경제1팀장) : “각 은행 지점에서 이미 지급 완료되어 폐기 대상으로 보관 중이어서 위탁 처리 업체에 전달된 폐기 대상 수표철이었습니다 ” 그동안 이 수표로 무슨 일을 했던 걸까요 지난 3일 한 택시 기사는 60대 남성 손님을 태웠습니다 목적지에 도착하자, 손님은 돈 뭉치에서 10만원권 수표를 한 장 꺼내 택시비를 냈습니다 녹취 이○○(택시기사/음성변조) : “택시를 타면 기본적으로 수표를 내는 사람이 없어요 요즘은 다 카드를 하지 현금을 안 내놓거든 그래서 내가 카드는 없냐 하니까 카드는 없대요 ” 할 수 없이 택시 기사는 수표를 받아 들었는데, 수표에서 바로 그 구멍이 발견됩니다 녹취 이○○(택시기사/음성변조) : “아무리 내가 수표를 많이 접해보지는 않았어도 약간 좀 구멍도 뚫리고 그래서 수표가 왜 이러느냐 그러니까 요즘 나오는 수표는 이런답니다 나는 수표를 많이 사용을 안 해봐서 그런가 보다 했죠 ” 집에 와서도 뭔가 이상한 기분을 떨칠수 없었던 택시 기사는 다음날 직접 은행을 찾아갔습니다 은행 직원도 이 수표를 보더니 깜짝 놀랍니다 녹취 이○○(택시기사/음성변조) : “이 수표가 좀 이상한데 어떻게 된 거냐 하니까 직원이 이미 지불된 수표래요 이게 은행에서 유출이 안됐을 건데 어떻게 유출이 됐을까 하면서 이건 밖으로 나올 수가 없는 수표래요 ” 택시 기사는 곧바로 경찰에 신고를 했습니다 인터뷰 배현(서울 도봉경찰서 경제1팀장) : “택시 기사로부터 제출받은 자기앞수표를 보니 위조된 것으로 확인되었고 혹시 이것이 더 추가로 유통될 우려가 있기 때문에 범죄 사안을 아주 중하게 보고 바로 신속하게 수사에 착수하였고…… ” CCTV와 주변 탐문조사로 구멍 뚫린 수표를 쓴 사람을 특정한 경찰 서울의 한 고시원에서 문제의 수표를 갖고 있던 64살 A 모 씨를 체포하게 된 겁니다 검거 당시 이 남성은 경찰의 추궁에 빼돌린 수표를 여러 곳에서 사용했다고 범행을 인정했습니다 녹취 “상계동에 있는 마트 말고 또 어디서 썼어요? (술집에서 ) 어느 술집? (조그마한 곳인데…… )” 수표에 뚫린 구멍은 다른 수표에서 종이를 오려내 붙이는 방법으로 가리려 했습니다 인터뷰 배현(서울 도봉경찰서 경제1팀장) : “자기가 사는 고시원에서 풀과 가위로 위조했습니다 그리고 그 수표를 항상 지갑에 보관하고 있었고요 체포 당시에도 지갑에 소지하고 있던 수표가 있었습니다 ” 대낮에 수표를 쓰면 가짜인 게 들통날까봐, 밤늦은 시간에 주로 움직였고, 나이 많은 사람에게만 수표를 썼습니다 A 씨가 폐기용 수표를 얻게 된 건, 지난 2015년 사용이 끝난 수표를 파쇄하는 문서 폐기 업체서 일하고 있을 때입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