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70이면 충분하다?" 늘어나는 ‘웰다잉’ 열풍의 진짜 의미

현대 사회는 평균수명이 과거에 비해 비약적으로 증가하며 ‘100세 시대’에 진입했다 과거에는 ‘60세 환갑’이 인생의 커다란 이정표였지만, 이제는 80세에도 열명중의 세명은 생존하며 살아가는 것이 흔한 일이 되었다 그러나 오랜 수명이 반드시 삶의 질까지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길어진 노년’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그리고 결국 맞이할 ‘죽음’을 어떠한 자세로 받아들여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 이러한 고민 속에서 등장한 개념이 바로 ‘웰다잉(Well-dying)’이다 웰다잉은 단순히 ‘아름답게 죽는 것’이나 ‘편안한 임종’을 의미하는 것을 넘어, 살아있는 동안의 삶의 질을 높이는 동시에 마지막 순간까지 스스로의 존엄을 지키고자 하는 철학을 포함한다 이는 ‘죽음이 먼 미래의 일’이라고만 여기기보다, 삶의 한 과정으로 인식하려는 태도에서 비롯된다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고령화가 가속화되면서, 웰다잉은 더 이상 낯선 개념이 아니게 되었고, 죽음을 준비하는 문화가 점차 확산되고 있다 일부 사람들은 “인생 70이면 충분하다”고 말한다 이는 ‘100세 시대’라는 말이 무색하게 느껴질 정도로, 경제·건강·사회적 지위 등 여러 측면에서 더 살기 힘들거나 살 이유가 없다고 체감하는 경우가 많아진 데서 비롯된 인식일 수 있다 실제로 고령화가 진행될수록 노인 빈곤 문제가 심화되고, 사회적 부양 부담이 늘어나는 등 노년층이 처한 현실은 결코 녹록지 않다 이러한 배경에서, ‘굳이 더 오래 살 필요가 있을까?’라는 의문이 제기되고, ‘차라리 내 의지대로 죽음을 준비하겠다’는 태도가 생겨나기도 한다 하지만 웰다잉은 ‘빨리 죽음을 택하겠다’는 극단적 선택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살아가는 과정과 마무리를 능동적으로 설계하겠다’는 의미에 가깝다 “인생 70이면 충분하다”는 표현 뒤에는 “그 이상 살 수 있다면 좋지만, 그럴 때는 내가 원하는 삶의 질을 누리며 살고 싶다”는 바람이 담겨 있다 웰다잉은 남은 생을 ‘어떻게 살 것인가’, ‘마지막을 어떤 상태로 맞이할 것인가’를 미리 구상하고 실천함으로써, 개인의 존엄과 행복을 극대화하고자 하는 방향으로 이해할 수 있다 과거에는 의료 수준이 낮아 대부분의 병이 치명적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현대 의학의 발전으로, 신체 기능이 상당 부분 저하되어도 여러 기계를 동원해 생명을 연장할 수 있게 되었다 문제는 ‘과연 그것이 진정한 의미의 삶인지’ 고민하는 사례가 증가했다는 점이다 식물인간 상태로 오랫동안 인공호흡기에 의지하거나, 연명 치료로 수년을 보내는 모습은 개인과 가족 모두에게 정신적·경제적으로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이 상황에서 웰다잉은 “무의미한 연명 치료 대신 스스로의 존엄과 품위를 유지하며 생을 마감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하나의 문화적·윤리적 흐름으로 주목받게 되었다 현대인은 가족이나 공동체 중심의 전통적 가치관보다, 개인주의적 가치관을 중요시하는 경향이 강해졌다 이는 ‘죽음’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과거에는 가족이나 친척들이 임종 과정을 결정하는 경우가 많았다면, 이제는 ‘내 삶이니 내 죽음도 내가 결정하고 싶다’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웰다잉 운동은 개인의 자율성과 선택권을 더욱 강조하며, 각 개인이 자신만의 죽음을 계획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법을 모색한다 고령화 사회에서 중요한 이슈는 단순히 ‘얼마나 오래 사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질 좋은 삶을 살 수 있느냐’에 초점이 맞춰진다 베이비붐 세대가 노년층에 진입하면서, 풍요로운 환경에서 자라난 세대 특유의 ‘삶을 더 풍성하게 누리고자 하는 욕구’가 노년기에도 적용되고 있다 따라서 이들은 임종 직전까지도 자신의 주체성을 유지하고, 사회적·심리적으로 충족된 상태로 생을 마무리하고 싶어 한다 이에 웰다잉 프로그램, 사전 연명의료의향서, 유서 쓰기 세미나 등 다양한 서비스와 활동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웰다잉 문화는 죽음을 개인의 문제로만 여기지 않고, 사회 전체가 함께 논의해야 할 중요한 의제로 부상시키는 역할을 한다 이것이 가지는 의의는 크게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불필요한 연명 치료나 과도한 병원비 지출을 줄이고, 사전에 재산·장례 문제 등을 정리함으로써 유가족이 겪게 될 혼란과 경제적 부담을 완화한다 웰다잉은 ‘삶을 스스로 통제할 수 있다’는 감각을 준다 이는 개인이 마지막까지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고, 원하는 방식으로 생을 마감할 권리를 보장받는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결론으로 ‘잘 죽는 것’은 결국 ‘잘 사는 것’이다 “인생 70이면 충분하다?”는 물음은 단순히 수명에 대한 언급만이 아니라,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내포한다 웰다잉은 죽음을 미리 준비하는 과정이지만, 그 본질은 사실상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되돌아보게 하는 데 있다 지금까지 미뤄두었던 후회나 해결하지 못한 관계를 정리하고, 스스로에게 의미 있는 목표를 다시 세우며, 마지막 순간까지 존엄을 지키고자 하는 노력이 바로 웰다잉의 핵심 정신이다 고령화 사회가 깊어질수록 웰다잉 문화는 더욱 확대될 것이다 “더 오래 사는 것”이 축복인 동시에 부담이 될 수 있는 시대에서, 개인의 삶은 물론 주변인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 웰다잉을 준비하는 사람들은 자기 결정권을 바탕으로 삶과 죽음을 통합적으로 바라보며, 궁극적으로 ‘현재의 삶’을 풍성하게 하는 길을 찾아 나간다 결국 웰다잉은 ‘사후(死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의 ‘현재 삶’에 대한 철학이자 태도라고 말할 수 있다 존엄을 지키고, 가족과 사회의 부담을 덜며, 또 마지막까지 의미를 찾는 웰다잉 문화가 자리 잡을 때, 우리는 고령화 시대에도 보다 성숙하고 따뜻한 공동체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삶과 죽음의 경계를 자연스럽게 인정하며, 모두가 존엄한 죽음을 맞이할 수 있는 사회가 곧 ‘삶의 질’이 높고 건강한 사회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웰다잉(Well-dying)이라는 개념은 크게 네 가지 측면에서 살펴볼 수 있다 웰다잉은 단순히 ‘어떻게 죽음을 맞이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가 아니라, 인생의 마지막을 포함한 전(全) 과정을 어떻게 설계하고 마무리할지를 고민하는 포괄적인 개념이다 이를 조금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기 위해서는 의료적, 심리적, 사회적, 그리고 영적·윤리적 측면 등 네 가지 관점에서 접근할 수 있다 이 네 가지 요소가 유기적으로 조화를 이룰 때, 웰다잉은 단순히 죽음을 ‘효율적이고 깔끔하게 처리하는’ 일이 아니라 자기 삶을 총체적으로 되돌아보고 완성해가는 과정이 된다 1 의료적 측면 현대 의학은 과거에 비해 눈부신 발전을 이루어, 심각한 질환이나 사고를 당하더라도 비교적 오랜 기간 생명을 연장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이렇게 ‘살아 있는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곧 ‘삶의 질을 담보하는 것’과 동일하지는 않다 웰다잉의 의료적 측면은 이 지점에서 출발한다 환자의 상태가 더 이상 호전될 가능성이 없고, 의학적 방법으로 고통만을 연장시키는 경우, ‘무의미한 연명 치료’를 거부하고 품위 있는 마무리를 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웰다잉의 중요한 가치다 궁극적으로, 웰다잉의 의료적 측면은 ‘최대한 오래 사는 것’이 아니라 ‘생명과 존엄을 어떻게 균형 있게 지킬 것인가’에 초점을 맞춘다 이것이 바로 단순 연명 치료와 웰다잉을 구분하는 핵심적인 지점이라고 할 수 있다 2 심리적 측면 웰다잉의 심리적 측면은 죽음에 대한 불안과 공포를 덜고, 자기 삶의 의미와 가치를 재발견하도록 이끄는 과정에 주목한다 많은 사람들이 죽음 자체를 막연히 무서운 것으로만 여긴다 웰다잉 문화에서는 죽음이 ‘자연스러운 인생의 마무리’라는 인식을 공유함으로써, 불필요한 공포심을 줄이려 한다 ‘인생을 다시 정리한다’는 것은 버킷리스트(bucket list) 작성이나, 살아오면서 쌓인 후회나 미련을 하나씩 정리하는 과정을 포함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자신이 어떤 일을 중요하게 여겨왔고, 어떤 가치를 실천해왔는지 돌아볼 수 있다 유언장을 작성하거나, 편지를 통해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감사와 애정을 전하는 것은 ‘내가 누구였고, 무엇을 원했는지’를 명확히 표현하는 기회가 된다 이때 개인은 한층 명료한 자기정체성을 확인할 수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더 평온한 내면을 얻을 수 있다 심리적 측면에서 중요한 것은 ‘죽음을 나쁘게만 보지 않고 수용’하는 태도다 불치병 판정을 받거나, 노년기에 접어들었을 때도 스스로의 삶을 긍정하고, 남은 시간을 의미 있게 보낼 수 있도록 정신적 안정을 찾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이처럼 웰다잉의 심리적 요소는 자신의 생애를 재조명하고, 마지막 순간까지도 삶의 질을 높이고자 하는 열망을 담아낸다 이는 죽음에 대한 막연한 공포를 극복하고, ‘남은 시간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라는 보다 적극적인 질문으로 이어진다 3 사회적 측면 죽음은 개인의 문제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가족·친구·동료 등 주변 사람들에게도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웰다잉은 개인의 차원을 넘어, ‘어떻게 하면 주변인과 사회에 불필요한 혼란을 남기지 않을 것인가’라는 사회적 측면을 내포한다 자신의 임종 계획이나 장례방식을 미리 가족과 의논하고, 이를 문서나 구두로 명확히 남겨두면, 막상 사후에 발생할 수 있는 의견 충돌이나 혼선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이는 유가족의 정신적 고통을 완화하고, 상호 간의 감정적 갈등을 예방한다 노년기에 접어들거나 중증 질환 판정을 받았을 때, 주변인들과 솔직하게 대화를 나누는 것은 쉽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웰다잉의 사회적 측면을 생각한다면, 오히려 적극적으로 대화의 장을 마련해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고, 마지막까지 함께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결국 웰다잉의 사회적 측면은 ‘나의 죽음이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라는 고민에서 출발한다 이는 죽음을 앞둔 사람이 가족과 주변인의 고통을 줄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