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격태격 정다운 94세 엄마와 89세 딸 ! 엄마와 딸로 살아온 지는 75년 째. 딸이 아흔을 바라봐도 엄마 눈에는 그저 열네 살 아이

"티격태격 정다운 94세 엄마와 89세 딸 ! 엄마와 딸로 살아온 지는 75년 째. 딸이 아흔을 바라봐도 엄마 눈에는 그저 열네 살 아이

비옥한 들판을 품고 있는 전라북도 남원으로 왔습니다 내년이면 아흔이 되는 박순덕씨 오매불망 누군가를 기다립니다 한 집에 함께 살고 있는 엄마입니다 엄마와 딸로 살아온 지 어느새 75년 째입니다 14살에 만난 19살 엄마 낯설 법도 한데 그저 엄마라는 이름이 좋았답니다 시집가는 날 엄마 품에서 빨갛게 울었다죠 엄마는 어땠을까요? 꽃다운 19살에 네 아이 엄마가 되었죠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딸이라 여기며 가슴에 품는 일 원래 그렇게 될 운명이었는 지 딸과는 친구처럼 모녀처럼 삽니다 딸에게 팥국수는 특별합니다 엄마가 자주 해 준 음식이거든요 그 순간 냉큼 아궁이 안을 살펴보는 엄마 딸이 아흔을 바라봐도 엄마 눈에는 그저 열 네살 아이 어찌했나 궁금해서 자꾸만 살펴보게 되는걸요 티격태격해도 정다운 모녀죠 그 사이 팥물이 끓었습니다 이제 푹 삶은 팥을 곱게 으깨야죠 얼마 전 다리 수술받은 딸이 힘들지 않도록 고된 일 도맡아 하는 엄마 항상 자식이 먼저입니다 뭉근한 불로 오래 끓인 뒤 칼국수 면을 넣습니다 그래야 천천히 제 맛이 들어가거든요 전라도에서는 삼복 더위에도 팥칼국수를 먹었답니다 팥이 잡귀를 쫓고 국수를 먹으면 장수한다는 오랜 믿음 머리에 흰설이 내려앉고 주름이 하나 둘 늘어나도 엄마라고 부를 수 있어 행복한 나날들 꽃보다 엄마 국수가 더 달달합니다 #한국기행 #휴먼 #다큐 #엄마 #장수 #딸 #모녀 #새엄마 #의붓엄마 #국수 #음식 #팥칼국수 #시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