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의소리]냉커피 한잔으로 오후를 연거푸 마시며 갈증을 달래본다.

[계절의소리]냉커피 한잔으로 오후를 연거푸 마시며 갈증을 달래본다.

[냉커피 한잔으로 오후를 연거푸 마시며 ] 오후가 되면서 점점 나른해지는 시간, 지난주 초엔 제법 시원한 바람 기운이 돌아서 선풍기만으로 덥다는 걸 그리 못느꼈는데, 요 며칠 꽤 덥다 보니 다시 에어컨을 계속 틀어 댄다 지난 주에 옥상에 고추를 말리기 시작했는데 오늘 아침에는 옥상 화분에서 익어가는 고추도 몇 개 따서 바구니 안에 함께 널었다 쨍쨍 내리 쬐는 땡볕과 바람이 고추를 제법 말려 주고 있다 오늘은 하늘에 수 많은 목화꽃을 피워 주며 솜타는 하얀 구름밭이 따로 없었다 냉커피 한 잔을 타 들고 옥상에 가 보니 널어 놓은 고추 바구니 안에 어느 새 오후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었다 고추 바구니를 바닥으로 내리고 냉커피 한잔을 항아리 티-테이블 위에 올렸다 오후 햇살도 한스푼 들어가자 얼음이 커피 속에 녹아 들기 시작한다 커피 잔을 들어 냉커피를 마신다 두 모금, 세모금 연거푸 마신다 갈증이 달래지는듯 하다 어느 사이 옥상 정원 뒷편으로 햇살이 퍼지며 머루 잎새, 단풍나무 잎새 사이로 햇살 그림이 물결처럼 반짝인다 늦여름의 후덥한 바람 기운도 함께 불어온다 이 시즘의 계절의 바람 냄새가 추억의 장독대 언덕 너머로 나를 데려다 놓는다 그 언덕 너머로 서산의 해가 소나무 위에 턱 걸친채 붉게 물들며 소나무는 어느 덧 흑백으로 물들어 가리라 지금 옥상의 소나무는 큰 소나무처럼 언제 커서 해를 걸쳐 줄까나? 2023년 9월 5일 화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