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직이는 것은 바람인가, 깃발인가?_혜능 선사

움직이는 것은 바람인가, 깃발인가?_혜능 선사

나이 듦의 지혜, 육조단경, 달마어록, 육조 혜능, 오디오 북, 5분 독서, 책 읽기, 낭독의 즐거움, 삶의 지혜 지혜의 샘 고전 읽기 중국 선불교는 달마에서 시작되어 2조 혜가, 3조 승찬, 4조 도신, 5조 홍인을 거쳐 6조 혜능(慧能) 선사로 이어진다 일찍 아버지를 여읜 혜능은 땔나무를 해다 팔면서 어머니를 봉양했다 그러던 어느 날, 혜능이 여관으로 나무를 배달하러 갔다가 어떤 손님이 금강경을 읽은 것을 들었다 그때 금강경의 한 구절이 혜능의 가슴에 비수처럼 날아와 박혔다 ‘응무소주 이생기심(應無所住 而生其心)’, ‘머무는 바 없이 마음을 일으키라’는 뜻이었다 혜능이 금강경을 읽고 있는 손님에게 다가가 물었다 “어디에서 오셨습니까?” 손님이 대답했다 “기주 황매현에서 왔네 그곳에 홍인 대사가 있는데 제자가 천 명이 넘는다네 ” 혜능은 곧장 황매현으로 달려가 홍인의 제자가 되었다 그는 까막눈이어서 경전조차 읽을 수 없었지만 스승에게 인정받아 달마의 법맥을 이었다 스승 홍인(弘忍:602~675)에게 법을 전수받은 혜능은 서기 649년에 광동성에 있는 법성사에 도착했다 그때 인종법사(627~713)가 그곳에서 열반경을 강의하고 있었다 인종법사가 문득 바람에 펄럭이는 깃발을 가리키며 대중들에게 물었다 “움직이는 것은 바람인가, 깃발인가?” 사람들이 웅성거리자 혜능이 나섰다 “움직이는 것은 마음입니다 법은 처음부터 그대로 있습니다 ” 그 대답을 들은 인종법사가 물었다 “거사는 어디에서 왔습니까?” “본디부터 온 일이 없으므로, 이제 새삼 가는 일도 없습니다 ” 인종법사는 그 대답을 듣고는 바로 혜능의 제자가 되었다고 한다 움직이는 것은 당신의 마음이다 본래 바람은 깃발을 움직일 의도가 없고, 깃발 또한 스스로 움직일 의도가 없다 움직이는 것은 움직임과 움직이지 않는 것을 분별하는 당신의 마음이다 어떤 사람이 혜능에게 물었다 “불법의 요지는 무엇입니까?” 그러자 혜능이 되물었다 “네가 태어나기 전의 본래 모습은 무엇인가(父母未生前本來面目)?” 분별심이 사라지면 본래의 진면목이 보인다 앎의 한계를 뛰어넘어 안과 밖의 구별이 없어질 때, 비로소 대자유에 이른다 《달마어록》에 이런 구절이 있다 ‘무릇 그림자는 자기 몸으로 말미암아 생겨나고 울림은 소리를 좇아 생겨난다 어리석은 자는 그림자를 잡으려다 피로에 지치고, 자기가 그림자의 근본이란 것을 알지 못한다 ’ 중요한 것은 본질을 보는 것이다 혜능과 함께 홍인의 뛰어난 제자였던 신수(神秀:606~706)는 이런 말을 남겼다 ‘다리는 흐르고, 물은 흐르지 않는다(橋流水不流)’ 무엇이 움직이는가? 다리인가, 물인가, 아니면 나인가? 이제 나에게 돌아가라! 나는 누구인가? 《육조단경》 《달마어록》 BGM : Music provided by 브금대통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