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현미 - 청춘 등대 (1957)

주현미 - 청춘 등대 (1957)

노래 이야기 이름 모를 어느 항구의 등대 아래에서 맺은 사랑 이야기 '청춘 등대'를 소개해 드립니다 등대 아래에서 맺은 사랑이라니, 2020년을 살고 있는 우리에겐 도무지 상상하기 힘든 장면이 아닐 수가 없네요 여러분들은 '등대' 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시나요? 어둠 속을 비춰주는 한줄기 빛, 운행하고 있는 배를 향해 빛을 비추어 길을 찾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고마운 장치이지요 이 등대는 이미 기원전 2~300년경 이집트에서 최초로 만들어진 바 있는데요 그 시절에도 무려 40km에 달하는 빛을 쏘아 보낼 수 있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1903년 인천 팔미도에 설치된 등대가 최초의 근대식 등대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보다 더 오래전 연기나 불을 피워 신호를 보내던 것을 제외하고 말이지요 과거엔 등대지기라는 직업이 있어 사람이 직접 지나가는 배를 육안으로 확인하고 불빛을 켜서 비춰주곤 했는데요 요즘은 거의 다 무인등대의 형태로 바뀌었다고 하지요 이 노래가 발표되던 1950년대 말의 등대는 당연히 사람이 직접 가동해야 했던 시절이지요 그렇다면 손인호 선생님의 '청춘 등대'에 등장하는 남녀는 많고 많은 데이트 장소 중 하필 등대 밑을 택했던 것일까요? '등잔 밑이 어둡다'는 속담이 있지요 환하게 불을 피우면 정작 그 곳에서 가장 가까운 아래 쪽은 오히려 가장 어둡다는 의미인데요 노랫속의 주인공들도 그런 둘만의 장소를 찾지 않았나 조심스레 추측해 봅니다 "파도치는 등대 아래 이 밤도 둘이 만나 바람에 검은 머리 휘날리면서 하모니카 내가 불고 그대는 노래 불러 항구에서 맺은 사랑 등댓불 그림자에 아 정은 깊어 가더라 깜빡이는 등댓불에 항구를 찾아드는 타국선 고동소리 들리어오네 손을 잡고 안개 속을 그대와 걸어갈 때 등대에서 놀던 사랑 영원히 잊지 못해 아 정은 깊어 가더라" 밤이 깊은 어두운 바닷가에 등대가 이따금 불빛을 비추면 그 아래에서 사랑을 나누는 남녀는 하모니카를 불고 노래를 합니다 상상만으로도 충분히 낭만적이지요? 가사를 쓴 천봉(千峰) 선생님은 본명이 천상률로 1923년 부산시 서구 초장동에서 출생하셨습니다 부산 토박이로 자갈치 시장에서 얼음을 파는 부모님 아래에서 성장하셨다고 하는데요 '청춘 등대'의 가사 또한 작사가의 상상 속 이미지가 아니라 어릴 적부터 보고 겪은 바닷가 마을의 풍경이 잘 담겨 있다 할 수 있습니다 1948년 '한 많은 천마산'으로 작사가의 길을 걷기 시작한 천봉 선생님은 6 25 전쟁이 발발하고 부산으로 피난온 많은 음악인들과 자연스럽게 교류하게 되었는데요 이를 계기로 하고 있던 경찰 일을 그만두고 본격적으로 연예계로 뛰어들게 됩니다 도미도 레코드의 창립자이면서 작곡가이자 가수 한복남 선생님과의 만남 이후 콤비로 만들어 낸 작품들이 연이어 히트를 기록하는데, '앵두나무 처녀', '엽전 열닷냥'을 비롯해 오늘 들으시는 '청춘 등대' 또한 이 콤비를 대표하는 곡 중 하나이지요 1989년 소천하시기 전까지 부산 연예계를 대표하는 음악인으로서 지금까지도 많은 후배 작사가, 가수들에게 많은 영향을 끼친 인물로 남아있습니다 날씨가 추워지고 있는 계절이지요 가만히 눈을 감고 외딴 바닷가의 등대 밑으로 떠나가봅니다 늘 우리의 귀를 괴롭히는 자동차 경적소리와 휴대폰 알림 소리를 잠시 뒤로 하고 파도 소리와 뱃고동 소리에 맞추어 가벼운 마음으로 '청춘 등대'를 여러분들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