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당 고은영 제주도지사 출마의 변

녹색당 고은영 제주도지사 출마의 변

제주녹색당원 고은영입니다 제가 품은 녹색의 씨앗을 여러분과 나누고 녹색제주의 숲을 만들고자 제주특별자치도지사 예비후보자로 출마합니다 저는 누구보다 빨리 성공하려했던 서울의 도시빈민 2세입니다 물신주의를 신봉하던 20대에 언론홍보 회사에서 검증되지 않은 영양제를 극찬하고, 동남아 노동자를 쥐어짜 생산한 옷을 한 계절짜리 유행으로 만들고, 국책사업 군불 지피기 작업을 하며 풍요로운 삶을 보장 받았습니다 하지만 행복하지 않았습니다 거울 속엔 본연의 언어와 얼굴을 잃은 낯선 이가 있었습니다 약자를 착취하는 사회 속에 제가 있음을, 저 또한 고통 받고 있음을 어렵게 인정했습니다 그 구조에서 빠져나오리라 결심하고 만난 것은 이 제주와 당시 막 창당했던 녹색당이었습니다 이후 저는 계속 제주를 떠돌았습니다 동부 오름 군락을 헤매며 속도계가 고장 난 저를 다스릴 때 만난 설문대할망의 영성은 그 자체로 삶의 나침반이었습니다 탈성장 속 대안을 찾고, 사회적 약자와 생명의 고동에 귀 기울이는 녹색당의 강령을 곱씹었습니다 서른이 되어 세월호가 가라앉고 나서야, 저는 비로소 기성사회가 그어놓은 선 밖으로 이탈할 용기가 생겼습니다 진정한 행복이 선 밖에 있음을 알았고 간절히, 정말 간절히 행복해지고 싶었습니다 제 삶을 온전히 살아보고자 제주에 정착했습니다 이것이 오직 저의 행복을 위한 첫 번째 전환임을 부끄럽고 두려운 마음으로 고백합니다 노동 현장에서 제주의 현실을 처음 맞닥뜨렸습니다 청년 노동자를 경시하는 열악한 노동환경 속에서 텃밭 하나 가꿀 시간이 없었고 월급을 아무리 모아도 연세가 버거웠습니다 비혼 여성임을 알면서 결혼을 종용하는 직장 내 성차별과 남녀 임금 격차도 당황스러웠습니다 제 경험이 최악은 아니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제주 청소년과 청년이 감당해야 할 일들이 가슴을 짓눌렀습니다 여행지가 아닌 삶의 터전인 제주를 그제야 알았습니다 사람 대신 자연을 개발하며 눈앞의 이익에만 급급한 제주가 있었습니다 사람과 공동체, 자연을 정성스레 가꾸는 일들은 그것을 파괴하고 해체하는 속도를 이기지 못했습니다 불타는 제주에서 제 삶에 집중하는 것은 불가능했습니다 제주 취업 보이콧을 선언한 뒤 기본소득을 받는 날까지 지역의 활동가가 되겠다며 나섰습니다 그리고 매일매일 제 것을 잃어가는 제주를 속수무책으로 바라봤습니다 제주 사회의 주체인 도민, 뭇 생명들은 양적 관광정책에 밀려 언제나 후순위이고, 지역의 토건세력과 정치인들은 외부대자본에 제주를 팔아치우고 있었습니다 중앙집권적 국가 권력은 ‘특별자치도'라는 미명 아래 난개발과 후진적 정치 상황은 눈 감으면서도, 제주를 군사기지로 만들며 65만 도민을 국가 주체에서 배제하고 있었습니다 평생 살던 동네를 재개발 사업으로 잃은 기억을 가진 저는, 자꾸 밀려나는 도민과 마주할 때마다 친구들과 장소를 상실했던 당시의 억울함과 무력감이 떠올라 괴로웠습니다 오랫동안 배제 당하는 것에 익숙해진 사람들이 다른 약자를 배제하고 선을 그었습니다 생애주기 브레이커를 부르짖는 저와 같은 1인 청년 가구, 비혼주의자, 백수, 성소수자 등은 이곳에서 시민이 아니었습니다 이 모든 것이 저에게 등을 돌린 공고한 벽 같았습니다 그러나 저는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저 공고한 벽에 균열을 내려는 유쾌한 녹색친구들을 만나 두 번째 전환을 맞이했음을 기쁜 마음으로 고백합니다 저는 여전히 가난하고 힘이 없지만 깊이 신뢰하는 이들과 상상한 것을 실현하고자 고군분투했습니다 그 동안 정기적인 시민 토론회와 생활문화 커뮤니티 거점을 만들어 시민의 힘을 기르고자 했고, 장애인, 청소년, 성소수자 등이 발언권을 얻는데 함께 했습니다 제주도의원 비례대표 축소 반대와 오라관광단지 반대를 위한 초당적 시민행동을 조직해, 시민 위에 군림하는 낡은 정치세력에 게릴라 요정처럼 저항했습니다 제주의 속도를 늦추는 이 일들은 저의 언어와 얼굴을 찾아가는 여정이었습니다 평범한 하루가 세상을 조금씩 바꾸는 일이 즐거웠지만 정치인이 되겠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다 얼마 전 제주 제2공항을 반대하는 한 당원이 보낸 메시지가 저를 흔들었습니다 “제주 도의원, 제주 국회의원, 제주도지사 어떻게 한 명도 우리 편이 없을까요?” 기성정당이 대변하지 않는 사람들의 옆자리를 지키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하루빨리 실력 있는 정당이 되는 것이 옳았습니다 어둡고 불평등한 성장을 넘어 도민의 삶을 위한 녹색정치를 하겠다고 자신 있게 선언해야 옳았습니다 늦었지만 그 일을 제가 하겠습니다 희망의 증거가 되겠습니다 할 수 있습니다 상상해보세요 당장 내년 제주특별자치도지사 선거에서 ‘녹색’을 선택할 기회가 제주 유권자 모두에게 주어질 것입니다 그리고 최초의 여성, 비혼이며 무직인 외지인이 후보로 이름을 올릴 수 있다면, 그 투표용지가 곧 녹색씨앗이 될 것입니다 저는 시간과 정성이 드는 일을 가장 먼저 시작하겠습니다 탈성장과 생태주의, 풀뿌리 민주주의를 나침반으로 삼고, 마을자치와 시민정치를 기반으로 진정한 제주특별자치도를 꾀하겠습니다 그 안에 생활문화와 협동경제, 평생교육 공동체가 숲의 덩굴처럼 얽히는 건강한 궨당문화를 복원하겠습니다 뭇 생명과 유무형의 자원은 보존하고 기본소득과 교육을 통해 사람을 개발하겠습니다 폭압적 국가권력이 작동될 때 도민의 권리를 보호하고, 세계녹색당을 통해 평화의 섬 실현을 위한 초국가적 연대를 시작할 겁니다 할 수 있습니다 저는 깨지고 부서져도 좌절하지 않습니다 이미 그렇게 제 삶을 바꾸어 왔으니까요 어렵게 품어 온 녹색씨앗을 지금 이 땅 제주에 심겠습니다 여러분, 저와 함께 숲을 만들어요 2017년 12월 15일 제주녹색당원 고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