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년 만에 벗은 누명 "이제야 영혼 찾았습니다"

53년 만에 벗은 누명 "이제야 영혼 찾았습니다"

최근 제주에서도 간첩으로 조작됐던 피해자들이 재심에서 잇따라 무죄 판결을 받으면서 과거 군사정권이 저질렀던 인권침해의 실상이 드러나고 있는데요, 이번 이슈추적에서는 조작간첩사건을 짚어봅니다 오늘은 첫 순서로, 북한에 납치됐다 간첩이라는 누명을 쓴 뒤 53년 만에야 무죄 판결을 받은 오경대 씨를 조인호 기자가 만났습니다 "안녕하세요, 오경대 선생님이시죠? 이번에 무죄 판결 받으신 것 때문에 찾아왔습니다 말씀 좀 들어보려고요" 평범한 농부인 오경대 씨 스물 아홉 살이었던 1966년 뜻하지 않게 북한 땅을 밟았습니다 일본에서 찾아왔다던 이복형이 밀항을 하자고 속여 배에 태운 뒤 북한으로 납치한 것입니다 피를 토하며 저항하자 나흘 만에 돌려보내줬지만 두려움 때문에 신고를 하지 못한 게 화근이 됐습니다 오경대 / 간첩조작 피해자 (82세) "(북한에서는) 신고를 하면 (가족을) 몰살시키겠다고 협박을 받고, 여기(한국)에 오니까 간첩교육을 받고 적국에서 침입했다고 하니 저는 대한민국 국민인데 어디로 가야할런지 지금도 생각하면 기가 막힌거에요 " 오씨는 이듬해 알뜨르 비행장에서 군용기를 타고 서울로 압송된 뒤 고문을 받고 북한에서 간첩이 되서 돌아왔다는 허위자백을 해야했고 국가보안법 위반죄로 15년 형을 받았습니다 고향으로 돌아온 뒤에도 창살없는 감옥살이는 계속됐습니다 오경대 "친구나 모든 사람들에게서 저에게 쏟아지는 '간첩 빨갱이' 자기네끼리 수근수근하는 이야기도 나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겠느냐 저는 영혼 없는 생활을 53년 동안 살았지요 영혼이 없었어요 저에게는" 그리고, 53년 만에 재심을 받기 위해 다시 찾아간 법정 어느 덧 팔순의 노인이 된 그에게 평생토록 그려왔던 순간이 꿈 같이 찾아왔습니다 오경대 '무죄입니다' 하니까 몸이 굳어져서 움직이지 못했습니다 이게 꿈인지 생시인지도 모르고 이제는 진실은 밝혀졌다 " 자신의 누명 때문에 4 3 희생자인 아버지까지 보수단체가 재심사를 요구해 다시 한번 아픔을 겪었던 오경대 씨 이번 판결을 계기로 70년 전 행방불명된 아버지의 명예를 되찾는 것이 마지막 소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