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 중국의 기습, 미국은 ‘해빙’?…“한국 반도체, 미묘한 상황” / KBS 2023.05.24.
반도체 패권을 둘러싼 미·중 간 다툼이 격랑 속으로 빠져들고 있습니다 중국이 미국 최대 반도체 기업에 대한 구매 금지 조치에 나섰는데요 우리 기업들엔 어떤 영향이 있을지 따져 보겠습니다 글로벌 ET 홍석우 기자와 함께합니다 중국이 제재한 미국 반도체 기업, 어딥니까? [기자] 네, 마이크론이라는 곳입니다 세계 3위의 메모리 반도체 업체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경쟁사이기도 하죠 "마이크론 제품에 심각한 보안 문제가 발견돼 안보 심사를 통과하지 못했다"는 게 중국 당국의 설명인데요 블룸버그 통신은 중국의 이번 조치에 대해 "기습 공격"이라는 평가를 내놨습니다 [앵커] 기습이다 무슨 뜻일까요? [기자] 중국이 미국 반도체 기업에 이렇게 강하고 대규모 제재를 가한 건 처음 있는 일이라, 그렇습니다 아예 구매를 막았거든요 발표 시기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는데, 중국의 이번 조치는 G7 정상회의가 폐막한 지난 21일 오후에 발표됐습니다 일본 히로시마에 모인 미국 등 G7 정상들은 40쪽 분량의 공동 성명을 발표했는데요 중국을 20차례 언급했을 정도로 '반중국' 메시지로 가득했습니다 중국을 향해 힘에 의한 일방적인 현상 변경은 용납하지 않겠다, 매우 중요한 공급망에서 중국에 대한 과도한 의존을 줄이겠다, 고 했습니다 중국은 강력히 반발했습니다 중국의 주권과 안전을 침해하고 있다며 주중 일본대사를 직접 불러 항의했는데요 이 때문에 중국의 마이크론 제재가 G7을 겨냥한 맞불 성격이란 해석에 무게가 실리고 있습니다 [앵커] 그런데 중국의 이번 보복성 조치가 끝이 아닐 수 있다는 얘기가 들리던데요? [기자] 네, 외신들은 퀄컴이나 인텔 등 다른 미국 기업으로도 확산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는데요 홍콩의 유력 매체는 대중국 견제에 동참하는 한국과 일본 등에 대한 '경고 신호'일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앞서 미국 측이 한국 정부에 중국이 마이크론 구매를 중단할 경우, 한국 기업이 그 빈자리를 채우지 말아 달라는 요청을 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가 보도했는데요 중국 외교부는 이런 미국 측 요청 가능성에 대해 결연히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환구시보 역시 "마이크론 문제로 중국에 시비 걸면 이가 깨질 것"이라는 제목의 사설을 실었는데, 앞서 말씀드린 내용을 언급하며 "이런 게 바로 횡포"라고 미국을 강하게 비난했습니다 [앵커] 우리 정부와 기업들 입장, 난처할 것 같은데요? [기자] 네, 미 월스트리트저널은 "한국 반도체가 미묘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고 보도했습니다 마이크론의 중국 내 부재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채우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는데요 D램 반도체 시장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미국 마이크론, 세 회사가 장악하고 있습니다 마이크론의 지난해 중국 시장 매출은 전체의 약 25%, 중국의 마이크론 배제 조치가 우리 기업들 입장에선 "나쁠 게 없다"는 게 대체적인 의견이지만요 지정학적 갈등 고조로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단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중국에 공장을 운영하고 있는데요 미국이 반도체 첨단 장비 반입을 허가해줘야 하는 상황입니다 일단 10월까지 유예 기간을 줬는데요 우리 정부는 미국과 중국 중 어느 한쪽을 선택하지 않겠다며, 한·중 경제 협력도 계속 추진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추경호/경제부총리/22일/국회 기재위 : "탈중국은 선언한 적도 없고 탈중국을 할 의도도 전혀 없다는 말씀을 분명히 드립니다 미국과의 관계를 강화하는 것이 곧 중국을 벗어나고 중국을 외면하는 것이냐, 그렇게 해석해서는 안 된다… "] [앵커] 결국, 중국의 이번 조치도 반도체 패권을 둘러싸고 미국에 지지 않겠다는 거 아닌가요? [기자] 네, 사실 중국의 마이크론 배제 조치는요 중국이 첨단 반도체 장비를 도입할 수 없게 하는 등 미국이 대중 규제를 진행 중인 가운데 나왔습니다 최근엔 보조금을 받는 기업은 중국에서 생산 시설을 확충할 수 없다는 조항도 신설했습니다 [앵커] 미국은 중국을 공급망에서 완전히 배제하겠다, 는 거 아닙니까? [기자] 네, 이번 G7 정상회의에서 중국과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지 논의가 이뤄졌는데, 앞으로는 중국과 '디커플링'이 아닌 '디리스킹'을 하겠다고 했습니다 쉽게 말씀드리면, 중국에 선을 긋고 적대시할 게 아니라 중국 리스크를 관리해 나가겠다는 겁니다 디리스킹은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이 지난 3월 중국을 방문하기 전 한 연설에서도 나왔습니다 "중국을 공급망에서 배제하는 건 유럽의 이익이 아니"라면서 중국과의 경제적 관계 등을 감안해 실용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힌 건데, 이번 G7 정상회의에서 미국도 이 표현에 동의하면서 공동 성명에 담았습니다 [바이든/미국 대통령/지난 21일/G7 정상회의 : "(중국과) 개방적인 핫라인을 마련해야 합니다 저는 (미·중 관계가) 곧 해빙되기 시작하는 것을 볼 것으로 생각합니다 "] [앵커] 그러면, 미·중 관계가 앞으로 달라질까요? [기자] 바이든 대통령이 말하는 '디리스킹' 전략은 반도체 등 안보·공급망 분야에서는 중국을 견제하고, 다만 충돌을 막기 위해 중국과 협력할 건 협력하겠다는 겁니다 뉴욕타임스는 디커플링에서 디리스킹으로 용어가 바뀌었다 해도 중국이 받아들이는 건 별 차이가 없을 것이라고 짚었습니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가 최근 사설에서 "위장된 디커플링일 수 있다는 느낌이 든다"고 밝히기도 했는데요 중국 외교부는 바이든 대통령의 미·중 관계 '해빙' 언급에 대해 제재 철회부터 하라며 맞섰습니다 [앵커] 미·중 갈등에서 우리 기업들이 일방적 피해를 보는 일은 없어야할텐데요 잘 들었습니다 ▣ KBS 기사 원문보기 : ▣ 제보 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 전화 : 02-781-1234 ◇ 홈페이지 : ◇ 이메일 : kbs1234@kbs co kr #한국반도체 #미중갈등 #마이크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