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으로는 볼 수 없는 세상"…시각장애인 삶 그려낸 '무지개 눈' [뉴스브릿지] / EBS뉴스 2025. 02. 20

"눈으로는 볼 수 없는 세상"…시각장애인 삶 그려낸 '무지개 눈' [뉴스브릿지] / EBS뉴스 2025. 02. 20

[EBS 뉴스] 서현아 앵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와 한국전쟁 생존자 등 역사적 인물들의 삶을 생생히 표현해 온 작가죠 소설가 김숨 작가가 이번에는 시각장애인의 이야기를 다룬 신간으로 돌아왔습니다 시력을 넘어선 또 다른 관점으로 세상을 조명했다고 하는데요 어떤 이야기인지 스튜디오에서 직접 자세히 들어보겠습니다 어서 오세요 김숨 작가 / 신간 '무지개 눈' 집필 안녕하세요 서현아 앵커 작가님 이 시각 장애인 5명의 삶을 다룬 이야기입니다 이 '무지개 눈'은 어떤 내용입니까? 김숨 작가 / 신간 '무지개 눈' 집필 네, 무지개 눈은 선천성 전맹인 그리고 저시력에서 전맹이 된 분 선천성 전맹에 지체 장애가 있는 분 그리고 저시력인 분이 들려주시는 이야기들 중에 그분들에게도 소중하고 또 제게도 소중한 이야기들이 담겨 있습니다 그분들이 시각 장애인으로서 갖는 불편과 사회적 소외에만 집중하지 않고 같은 세상을 또 저희와 같은 시간대를 함께 살아가고 있는 그분들의 오늘 그리고 오늘 하루 속을 교차하며 흐르는 행복감, 슬픔, 외로움, 기다림, 기대, 설렘 권태로움 등을 담아내려고 했습니다 서현아 앵커 그러니까 이 시각 장애인의 삶을 어떤 결핍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세상을 더 풍요롭게 만들 수 있게… 김숨 작가 / 신간 '무지개 눈' 집필 만들어주는 존재들… 서현아 앵커 그런 관점으로 본 건데 이렇게 시각장애인의 삶에 집중하시게 된 이유가 궁금한데요 김숨 작가 / 신간 '무지개 눈' 집필 네 시각장애를 가진 분들만 보시는 것, 그러나 저는 시각장애인이 아닌 저는 보지 못하는 것, 그리고 빛조차 본 적 없는 눈으로 보고 있는 것들에 대해 쓰고 싶었습니다 그분들이 귀로 또 코로 손으로 또 온몸으로 감각을 활짝 열어놓고 보는 것들에 대해 듣고 싶었고 제가 들은 것들을 소설화 하고 싶었습니다 서현아 앵커 네, 이 책에서 특징적인 부분이 시와 희곡 독백을 넘나드는 굉장히 다양한 구성으로 되어 있어요 이렇게 하신 이유가 있습니까? 김숨 작가 / 신간 '무지개 눈' 집필 그분들의 목소리가 제게 메아리처럼 이제 왔고 그 메아리처럼 온 목소리들이 제 안에서 새롭게 특별한 목소리로 탄생되었고, 그때마다 제가 가장 잘 담아낼 수 있는 형식으로 또 제가 쓰고 싶은 형식으로 형식의 제약을 두지 않고 쓰다 보니까 여러 형식들을 자유롭게 넘나들게 됐습니다 서현아 앵커 네, 또 하나 내용 면에서 생동감을 높인 부분이 직접 실제 인물들과의 인터뷰를 통해서 써내신 글들이라는 겁니다 그렇다면 이 과정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었을까요? 김숨 작가 / 신간 '무지개 눈' 집필 네, 두 번째 소설 '파도를 만지는 남자'를 쓰기 위해서 만남을 가졌던 분께 제가 질문을 던진 적이 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소리 혹은 목소리는 무엇인지 여쭤봤는데요 누구의 목소리인지, 가장 아름다운 목소리가 아버지의 목소리라고 대답을 해 주셨습니다 그 아름다운 목소리를 들을 기회가 있을까 생각했는데 결혼을 하시게 됐어요 그래서 저도 축하해 드리러 결혼식장을 찾았는데 마침 아버지께서 아들의 부탁으로 축사를 하시게 됐습니다 두 아들을 키우시면서 그 아름다운 목소리로 들려주시던 지혜의 말씀을 결혼식장에서 아들들에게 또다시 그리고 하객들에게 들려주시는데, 목소리가 너무 온화하고 따뜻해서 지혜의 말씀이 또 너무 와닿아서 또 귀해서 눈물을 무척 많이 흘렸습니다 정말 아름다운 목소리였습니다 서현아 앵커 그런데, 내가 경험해 보지 않은 타인의 삶인데 이걸 글로 옮기면서 또 신경 쓰신 부분도 있으실 것 같아요 김숨 작가 / 신간 '무지개 눈' 집필 그분들의 삶을 설명하지 말자 그리고 판단하지 말자 그리고 그분들의 삶을 내 앞에 흐르는 강이라고 생각하고 그분들과 함께 흘러가자 그분들 안에서 터져 나오는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제 안에서 터져 나오는 이야기를 쓰자, 그분들과의 만남이 얼마나 귀하고 특별하고 감사한지 잊지 말며 쓰자 그렇게 마음먹고 썼습니다 서현아 앵커 그렇다면 이 책을 읽게 될 독자들이 어떤 것들을 느끼기를 바라시는지요? 김숨 작가 / 신간 '무지개 눈' 집필 제가 그분들과 만남을 갖고 또 친구가 되어서 이야기를 주고받으면서 많이 행복했거든요 제가 그분들과 만나면서 느꼈던 맑은 슬픔 또 행복감, 충만감 그리고 제 안을 물끄러미 들여다보게 됐던 성찰의 시간을 독자분들도 함께 느끼고 또 누리신다면 저도 또 인터뷰에 응해 주셨던 시각장애인 분들도 기쁠 것 같습니다 서현아 앵커 꼭 그렇게 되기를 바랍니다 '당신은 눈먼 제가 보지 못하는 것들을 제게 보여 주었습니다 ' 이 책 속 작가의 말에 쓰여진 문구인데요 오히려 우리들이 보지 못하는 세계를 작가님의 글을 통해서 조금이나마 볼 수 있게 될 것 같습니다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