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넌의 시간들
2024년의 시간들 지루한 회의가 몇 시간째 이어졌다 내가 정한 다섯 번째의 순서가 과연 적절한지에 대한 회의였다 어두운 방, 몇 개의 조명, 담배 연기 회의 탁자에 둘러앉은 사람들은, 앞에 수북이 쌓인 종이들을 이리저리 뒤적이며 나의 결정에 대한 근거를 탐탁치 않은 눈으로 하나하나 따져보고 있었다 “네번 째가 10년 전이었던 가요?” 누군가 그렇게 물었다 “정한 건 20년도 더 전일 거요 ” 누군가 그렇게 답했다 “이제 와서 다섯 번째라니, 그걸 누가 이해하겠습니까? 그렇지 않습니까?” “그렇소 이런 종이 따위가 다 무슨 소용이요 순서 짓는 행동 같은 유치한 일을 아직까지 하고 있다는 게 부끄러울 정도요 ” 다시 논의가 처음으로 돌아가는 듯싶었다 “이런 일로 우릴 불렀다는 게 웃기는 일이지 ” 나는 더 이상 그들의 말에 하나하나 답하고 싶지 않았다 그들이 아무리 나를 비난해도, 그건 분명, 나에게 – 정확히는 우리에게 - 다섯 번째였으니까 “저는, 이분이 너무 오랫동안 순서를 매기지 않아서, 홧김에 결정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고작해야 1년일 겁니다 그 정도 시간에 결정한 거예요 그게 옳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 “순서는 하루에도 결정나는 일이야 ” 나는 누군가의 말에 짜증스럽게 답했다 “그럼 내년에, 아니 내후년에 다시 안건을 올리면 그땐 인정해줄 건가?” “제 말은, 더 생각을 해보셔야 한다는 겁니다 잘 아시지 않습니까 ” “잘 알고 있어 그래서 결정 한 거야 ” 나는 얼굴이 보이지 않는, 소리만이 비겁하게 흘러나오는 쪽을 노려보며 말했다 “그리고 결정을 했으면, 더 이상 시간이 필요한 일이 아니야 그 시간을, 그 순서에 따라, 견디는 것 뿐이지 그게 두려운 거 아닌가?” “아니요 그렇지 않습니다 다만 저는, 당신이 그저, 그 순서가, 얼마 되지 않았고, 반짝여서, 그저 평범한 보석에 이끌리는 것처럼, 결정한 것이 아닌가 염려할 뿐입니다 ” 나는 탁자에 쌓인 종이들을 하나하나 흔들어 보이며 그 말에 대한 대답을 대신했다 “그래, 너무 짧긴 해 반짝이는 거야 어쩔 수 없지만 이런 걸 우리 순서에 끼워줄 수는 없지 ” 얼마 지나지 않았고, 반짝인다는 건, 수백 페이지의 종이 중에서, 단 한 장, 단 한 줄로만 적혀있었다 나는 다시, 대답하기를 포기했다 “솔직히 이해되지 않는 면이 있긴 있소 이 다섯 번째는 사실, 우리와는 상관없는 순서였잖소 이 순서에 우리는 제삼자일 뿐이오 당신은 그저 멀찍이 떨어져 바라만 보고 있다가, 돌아가는 상황만을 판단하고서 순서를 매긴 것뿐이지 ” “맞습니다 저도 그 사실을 지적하고 싶었어요 당신이 다섯 번째라는 근거라고 보여준 이 편지도 사실, 우리에게 발송된 편지가 아니었습니다 우연히 수신자가 적히지 않은 편지를 개봉하고, 주인을 찾아주는 과정에서 읽게 된 것이잖습니까 거기에 적힌 한 문장으로 다섯 번째를 정한다는 것이 괜찮은 일일까 우려스럽습니다 물론, 당신은 거기에서 무언가를 발견했겠죠 짧긴 하지만, 쌓아온 시간 속에서 그 문장이 트리거가 되었을 수도 있죠 하지만 그건 우리의 일은, 아니라는 겁니다 우리의 순서가 아닌 거예요 ” 탁자에 앉은 사람들은 그의 말에 저마다 한마디씩 거들었다 ‘비겁한 놈들이군, 우리들의 일이었을 때도, 뒷짐이나 지고서 남 일처럼 생각했던 주제에 비난도, 거절도, 싫어서 그냥 고고한 척, 마치 우리와는 상관없다는 듯 순서나 매기고 있었던 주제에 ’ 그렇게 말하고 싶었지만, 그런 말을 해줄 가치도 없는 놈들이었다 “다섯 번째는 아닙니다 이건 승인할 수 없어요 ” 아무 말 없이 담배를 피우며 종이만 뒤적이고 있던 내 옆의 사람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해는 하겠어요 우리가 정했던 순서의 규칙에도 부합하는 면이 있어요 하지만 완벽하진 않아요 순서를 정할 땐 모든 게 완벽해야 합니다 그것도 규칙 중 하나에요 어쩌면 가장 중요하죠 우리는 이미 아주 오래전에 이와 비슷한 논의를 했고, 그 일에 대해서 ‘다섯 번째가 될 뻔한’이라는 구체적인 수식어로 규정했던 적도 있어요 그 선례를 따져본다면 이건 분명 ‘다섯 번째’는 아닙니다 ” 그가 그렇게 말했다 이곳의 대부분은 그를 따르고 있었고, 대부분은 그의 선택으로 끝이 났었다 “많이 양보해서 이 일에 대해 ‘다섯 번 째와 다름없는’이라는 말을 붙이는 건, 허락할 수 있겠어요 하지만 명시적으로 ‘다섯 번째’라고 지칭하는 건, 허락할 수 없습니다 ” 그러나, 그렇게 끝이 났던 건, 순서를 정하는 온전한 권한이 있는 내가, 그를 따랐었기 때문이다 다섯 번째가 될 뻔한? 그때 그 개소리를, 받아들여서는 안 되었었는데 이제 그만두고 싶었다 아무런 의미가 없는 이런 회의는 “이봐 지금 내가 ‘다섯 번째’로 뭘 하자는 건 아니잖아 종이를 잘 읽어봐 이건 이미 끝난 일이야 다시는 다섯 번째를 맞닥뜨릴 일은 없어 견뎌야 할 시간도, 감정도, 아무것도 없어 짧은 시간 동안에 그 일들을 겪었고, 그 끝에서 그 메시지를 읽었고, 그게 누구를 향했든 간에, 그 순간 이건 당연하게 ‘다섯 번째’가 된 거야 당신들에게 허락하고 말고 할 일이 아니었어 애초에 이건 온전한 내 권리니까 규정? 그건 일어난 일을 설명하고 해석하려는 웃기는 짓에 불과해 앞뒤를 바꿔서 이런 회의를 하니까 결론이 안나는 거지 맞아 당신들 말대로 새롭고 반짝이는 일이었어 이건 그래서 순서를 정하고 싶었는지도 몰라 솔직히 인정해 하지만 그 메시지 만큼은 아니야 단 한 문장이었지만, 그걸 읽고서, 그동안 내 안에서 이해할 수 없던 걸, 다 이해하게 됐어 그렇게 이 일은 ‘다섯 번째’가 된 거야 내가 일부러 정한 게 아니라, 그렇게 되어버렸다는 걸, 알게 됐을 뿐이라고 ” 나의 말에, 어두운 방은 조용해졌다 “말했지만, 다섯 번째에 대해 뭘 하자는 게 아니야 순서를 정하고 나면 그 순서가 끝날 때까지, 거처야 할 어려운 일들이 많았지만, 이건 아니라고 네번 째로부터 10년이니 20년이니 그런 일은 이제 없어 그런 말을 할 필요도 없고 다 끝나버린 일이니까 그러니까 종이에 사인이나 하고, 우리도 다 끝내자고 그러면 아무 문제 없잖아 안 그래?” “바보 같은 회의였군 ” 누군가 코웃음을 치며 그렇게 말했다 “이렇게 제정신이 아니니, 제가 반대했던 겁니다 당신의 권리이니, 사인은 하겠지만 돌아가서 잘 생각해보세요 과연 몇 년 후에도 이 일을 두고서 부끄럽지 않게 ‘다섯 번째’라고 말할 수 있을지 ” 얼굴이 보이지 않는 소리가, 그렇게 말했다 “다음부터는, 제 방으로 종이만 보내요 ” 내 옆의 사람이, 펜을 꺼내 두꺼운 종의 더미 위의 첫 장에 사인하며 그렇게 말했다 사람들이 나가고, 나는 조금 어지러워 자리에 앉았다 몇 년 후에도? 부끄럽지 않게? 다섯 번째를 다섯 번째라고 인정하지 않고 그렇게 말하지 않는 게 부끄러운 거지 웃기는 놈들이라고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잠시 후, 나에게 문자가 하나 도착했다 내가 읽었던 문장의 당사자로부터였다 ‘마지막이라니까, 언제 다 같이 한 번 밥이나 먹자는데?’ 언뜻, 그 문자에 적힌 말은 나를 향한 것처럼 보였지만, 잘 따져보면, 그 말 역시, 나의 마지막을 대신 전했던 그 사람을 향해있었고 이 일에 대해서도 나는 제삼자일 뿐이었다 나는, 지켜지지 않을 그 약속에 대해 그러자고 답을 보냈다 그리고 나는, 이 시간을 견디지 않았고, 아무런 감정도 느끼지 않았다 이 방의 사람들에게 설명했듯 이 일은 모두 끝나버렸고, 이건 그 후에 일어난 ‘어느 번째’에도 속하지 않는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 An alley at dawn at Christmas in Jongno, Seoul, Korea December 25, 2024 December 25, 2024 1:03 AM 한국 서울 종로의 크리스마스 새벽 골목 2024년 12월 25일 오전 01시 03분 -- 4k 60fps korea, DJI Pocket3, DJI Osmo Pocket 3, 오즈모 포켓 3, オズモポケット3 #ASMR #4K #Korea #Seoul #서울 #한국 #韓国 #ソウル #랜선산책 #골목 #ソウルをお散歩 #임장 #ソウルナイトライフ4k #osmopocket3 #DJIPocket3 #오즈모포켓3 #オズモポケット3 #hlg #hd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