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_구레네 시몬의 고백

단상_구레네 시몬의 고백

구레네 시몬의 고백 (십자가) 제 이름은 시몬입니다 구레네 출신입니다 나는 그냥 지나가는 사람이었습니다 그저 구경하려고 기웃거렸을 뿐입니다 나는 그의 제자도 추종자도 아닙니다 그런데 왜, 나를 불러 그의 십자가를 지게 합니까 어쩔 수 없이 나는 이미 피투성이가 된 그의 십자가를 옮겨지고 사람들의 시선을 받으며 욕설과 불평 속에서 그의 뒤를 따랐습니다 그리고 내 앞서서 힘겹게 비틀거리며 걸어가는 그를 보았습니다 이미 그의 몸은 종이를 찢어놓았듯이 처절하게 너덜거렸습니다 더구나 찢긴 상처 사이로 피가 엉겨 붙어 더욱 비참하게 보였습니다 그런데 그는 끌려가는 것이 아니라 마치 가야 할 길을 가듯이 골고다 형장을 향하여 스스로 비틀거리며 걸어가고 있습니다 소문으로 들었던 그에 대한 이야기는 대단했습니다 몇 조각 떡을 가지고 수천 명을 배불리 먹였다든지 바람과 풍랑조차도 잔잔케 했다든지 심지어 죽은 사람을 살렸다는 이야기까지 들렸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그가 우리 민족이 그토록 오랫동안 기다려 왔던 메시아라고 수군거리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왜 그가 이렇듯 무력하게 조롱당하며 고통받는지 나는 모르겠습니다 나는 강제로 십자가를 지고 그를 도우며 그의 뒤를 따라 걷고 있는데 왜 그가 나를 위해 나를 앞서 걸어가고 있단 생각이 드는지 그 이유를 나는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오랫동안 내가 하나님께 참된 진리를 알려달라고 한 기도의 응답으로 지금 내가 십자가를 지고 그를 따르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도 듭니다 아무튼, 이렇듯 십자가를 지고 그의 뒤를 따르는 것이 힘들긴 합니다 지금은 힘이 듭니다 서도석 목사님의 단상 “구레네 시몬의 고백” 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