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산책] 한경희의 칸나, 2024년 전북도민일보 신춘문예 수필 당선작, 자면서 듣는 감동적인 이야기](https://poortechguy.com/image/vfH5JMHlQkE.webp)
[수필산책] 한경희의 칸나, 2024년 전북도민일보 신춘문예 수필 당선작, 자면서 듣는 감동적인 이야기
드디어 칸나가 빨간 꽃을 피웠다 이른 봄 알뿌리를 마당에 심었는데 석 달이 지나도록 미동도 없었다 벌레가 먹었는지, 거름으로 땅만 살찌웠는지 의심스러운 그때 조그맣게 파란 싹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날씨가 더워지면서 빠른 속도로 자라 줄기가 굵어지더니 크고 널따란 이파리가 멋스럽게 서로 비켜 가며 자리를 잡았다 검은 펜스 넘어 우뚝 솟은 칸나의 견고한 줄기에 빨갛고 보랏빛 도는 두툼한 꽃대가 한꺼번에 여럿 올라오고, 닭 볏 같은 빨간 꽃이 피었다 한여름 무더위에도 꿋꿋이 꽃을 피우는 칸나만큼 열정적인 꽃이 또 있을까 여러 겹의 빨간 치마를 나선형으로 두르고 플라멩코를 추는 정열의 여인 같은 칸나, 그 칸나 위로 셋째 언니 얼굴이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