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 신발까지 태워 쓸 정도…ABCD 이은 ‘E(에너지) 경제위기’가 닥친다 / KBS 2022.10.26.
어느덧 개전 8개월을 넘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 겨울의 문턱에서 유럽으로 가는 가스관을 틀어쥔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동장군이 마침내 들이닥쳤습니다. 글로벌 ET 오늘은 에너지 경제 위기, 다뤄보겠습니다. 홍 기자, ABCDE 알파벳이 쫙 쓰여 있는데 무슨 뜻입니까? [기자] 네, 세계 경제를 흔들고 있는 국가발 위험입니다. A 아메리카 즉, 미국발 금리 인상, B 브리티시 즉, 영국발 채권 위기, C 차이니즈, 중국발 부동산 폭락, D 개발도상국들의 환율과 부채 위기, 그리고 오늘은 E입니다. 유러피안 즉, 유럽발 에너지 안보 위기입니다. 겨울이 다가오면서 유럽에선 장작이나 석탄 등의 옛날식 땔감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는데요. 올라도 너무 올라버린 가스요금을 감당할 수 없어서라고 합니다. 수요가 급증해 장작마저도 구하기가 쉽지 않다는데요. 파이낸셜타임스는 사람들이 산에 가서 몰래 나무를 베어오거나 오래된 신발 같은 집기, 쓰레기 등 불법 폐기물까지 태워가며 난방을 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몰도바 주민 : "2~3년 전만 해도 41달러 하던 땔감 가격이 지금 두 배로 뛰었습니다."] [앵커] 유럽행 가스관을 쥐락펴락하는 건 푸틴 러시아 대통령으로 알고 있어요. 푸틴의 에너지 무기화에 유럽 각국이 대비한다고 하긴 했잖아요? [기자] 일단 급한 불은 껐습니다. 독일 등 주요국들은 목표한 가스 저장량을 90% 정도, 거의 다 채웠는데, 가격이 문제죠. 천연가스 가격이 100유로 아래로 내려오면서 최악의 상황은 벗어났지만, 지난 10년간 20~40유로로 안정됐던 가격과 비교하면 여전히 2~3배가 더 비쌉니다. G7 선진국인 독일의 지난달 생산자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45.8%나 올라 사상 최대 증가 폭을 기록했는데, 에너지 가격이 급등한 영향입니다. 유럽에선 지금 주식으로 먹는 빵을 구울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우려까지 나오는 상황입니다. 참다 못한 시민들은 대책 마련을 요구하며 급기야 거리로 나오고 있습니다. [시위 참가자/헝가리 국민 : "치솟은 물가로 저축은커녕 먹고 살기가 힘듭니다. 빵 한 덩이가 2.4달러를 넘어요."] [앵커] 지금 우크라이나 전쟁을 놓고 러시아와 서방이 이른바 '난방 냉전'을 벌이는 양상인 거죠? [기자] 그렇습니다. 러시아가 서방 제재에 맞서 유럽으로 가는 가스관을 잠가버렸으니까요. 그런데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에너지 수출로 천580억 유로, 우리 돈 224조 원을 벌어들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이 기간 러시아가 전쟁 비용으로 치른 돈이 천억 유로 정도 된다니 에너지를 판 돈으로 전쟁 비용이 충당된 셈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유럽연합이 대동단결해 대 러시아 제재를 계속 이어나갈 수 있을지 관심인데요. 자국 중심주의 극우파의 집권으로 '약한 고리'로 지목됐던 이탈리아가 러시아의 에너지 무기화에도 불구하고, 우크라이나 지지 의사를 명확히 밝혔습니다. [조르자 멜로니/이탈리아 총리 : "에너지를 무기로 한 푸틴의 협박에 굴복한다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차후에 협박과 요구가 더 늘어날 것이며, 상황이 악화할 수 있습니다."] [앵커] 그럼 러시아는 어디에다가 가스를 팔아서 수익을 챙긴 건가요? [기자] 네, 푸틴과 비교적 친밀한 지도자, 시진핑이죠. 중국입니다. 중국이 이번 전쟁 기간 러시아로부터 사들인 에너지 구매 총액은 510억 달러, 73조 원을 넘었는데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0%나 증가한 겁니다. 서방의 제재로 유럽 수출길이 막힌 러시아로부터 에너지를 싼값에 사들인 거죠. 게다가 중국은, 에너지난을 겪고 있는 유럽에 태양광 모듈 수출도 늘리고 있습니다. 올 1월에서 8월까지 중국의 태양광 모듈 수출액은 357억 7천만 달러, 우리 돈 51조 원으로 지난해 전체 수출 규모를 넘어섰습니다. [앵커] 전쟁이라는 틈을 타서, 유럽에 태양광까지 팔아서 이익을 챙기고 있는 중국이군요. 그런데 미국이 가만히 보고만 있을까요? [기자] 미국의 경우 원유는 세계 1위 생산량을 자랑하고 천연가스 매장량도 많습니다. 그만큼 에너지 자립도가 높은데요. 그래서 에너지 수급이 안정적인 상황임을 고려할 때 미국 기업들은 오히려 수혜를 볼 거라는 예상입니다. [앵커] 아... 그럼 기름 한 방울 안 나오는 우리나라만 힘든 겁니까? [기자] 그런 셈이죠, 전 세계가 지금 전례 없는 에너지 위기에 접어들었다고 국제에너지기구 IEA 수장이 진단했는데요. '처음' '진짜'라는 표현을 써 가며 위기임을 강조했어요. 우리나라를 보면요. 경윳값은 서울은 리터당 1,920원을 넘어 휘발유보다 리터당 2백 원 가까이가 비쌉니다. 그리고 등윳값, 1년 새 두 배 가까이 뛰어 휘발윳값마저 넘보고 있는데요. 미국도 수요가 공급을 크게 앞지르고 있는 상황에서 소비자들은 비싼 기름값을 지불하고 있습니다. 중국도 최근 휘발유와 경유 가격을 또 올렸는데요. 미 워싱턴포스트지는 에너지 시장이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에너지 자원의 또 다른 축, 오펙 플러스도 원유 '감산'에 나선 상황,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라는 '안보 문제'로 촉발된 에너지 위기는 지구촌 서민들의 삶에 광범위하게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습니다. [앵커] 잘 들었습니다. ▣ KBS 기사 원문보기 : http://news.kbs.co.kr/news/view.do?nc... ▣ 제보 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 전화 : 02-781-1234 ◇ 홈페이지 : https://goo.gl/4bWbkG ◇ 이메일 : kbs1234@kbs.co.kr #에너지 #난방 #가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