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현미 - 아마다미아 (1950)
노래 이야기 우리나라 번안곡의 역사는 100년이 채 되지 않았는데요 우리나라 최초의 번안곡은 김우진 선생님이 작사하고, 윤심덕 선배님이 노래한 '사(死)의 찬미'였습니다 이 노래가 발표된 해가 1926년으로 우리나라 대중음악 1호로 꼽히는 '사의 찬미'였기에, 우리나라 대중가요의 역사와 번안곡의 역사가 궤를 같이 하고 있는데요 '사의 찬미'는 루마니아 작곡가 '이바노비치'의 유명한 왈츠곡 '다뉴브강의 잔물결'의 멜로디에 구슬프고 쓸쓸한 가사를 붙여서 음반으로 취입됐습니다 하지만 일본에서 녹음을 마치고 귀국하는 부관페리호에서 이루지 못한 사랑을 비관하며 김우진 선생님과 함께 생을 마감했던 사건은 그 당시 사회를 충격에 빠뜨렸고요 윤심덕 선배님의 유고앨범으로 발표된 '사의 찬미'는 오사카를 시작으로 일본과 조선 전역에서 대대적으로 발매되었고, 일본에서 발매된 첫 번째 조선어 노래가 바로 '사의 찬미'였습니다 번안곡이었던 '사의 찬미'가 크게 히트하면서 우리나라에서도 서서히 번안곡을 발표하는 일들이 많아졌는데요 그 첫 번째 단계는 우리말로 된 외국캐럴송과 찬송가였습니다 국내 최초의 번안 캐롤송은 윤심덕 선배님이 1926년 10월에 발표한 '싼타크로스'였고요 그러다 1950년대가 되면서 6 25 전쟁으로 외국의 다양한 노래들이 국내에 유입되었고, 본격적으로 외국의 노래들을 우리노래로 번안했는데요 1960년대와 1970년대가 되면, 많은 인기가수들이 외국곡을 우리 스타일로 편곡하고 가사를 붙여서 발표했습니다 그러다보니, 어떤 노래들은 평소에 즐겨듣고 부르면서도 이 노래가 원래 외국노래라는 사실조차 모르는 경우도 있었지요 예를 들어 서수남, 하청일 선배님이 불러서 히트한 '팔도유람'도 번안곡이고요 조영남 선배님의 '고향의 푸른 잔디'도 '톰 존스'의 노래를 번안한 곡입니다 차중락 선배님의 '낙엽 따라 가버린 사랑', 배인숙 선배님의 '누구라도 그러하듯이', 이용복 선배님의 '어린 시절', 박인희 선배님의 '방랑자', 윤항기 선배님의 '노래하는 곳에' 등등 정말 많은 번안곡들이 사랑받던 시기가 1960년대와 70년대였습니다 그런데 시대를 앞서가며 1950년에 번안곡을 발표해서 사랑받은 가수가 있었는데요 바로 그 주인공은 '이남순' 선배님입니다 1921년 함경남도 원산에서 출생한 이남순 선배님은 피아노와 성악을 전공한 신여성으로 우리나라 초창기 가요발전에 큰 역할을 했는데요 해방 직후부터 빅터 레코드사와 도미도 레코드사에서 활동하면서 우리나라에 재즈와 샹송, 탱고와 깐초네같은 외국음악을 소개하는 데에도 선구자적 역할을 했던 주인공입니다 1950년 5월, 이남순 선배님이 발표한 노래는 '아마다미아'인데요 원래 이 곡은 1946년 아르헨티나를 배경으로 만들어진 흑백영화 '길다(Gilda)'의 주제가였습니다 그 당시 전 세계적으로 빼어난 관능미를 뽐냈던 당대 최고의 미녀 '리타 헤이워드'가 주연을 맡아서 노래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실제 목소리는 '아니타 커트 앨리스'라는 가수가 불렀고요 '리타 헤이워드'는 립싱크 연기를 했지만, 영화와 함께 노래의 인기는 전세계적으로 뜨거웠지요 그리고 우리나라에선 성악가 출신의 이남순 선배님이 탱고리듬에 샹송풍인 이 곡을 정통 스탠더드 재즈 스타일로 세련되게 노래했습니다 "아마다미야 그리운 그 이름 오늘도 남몰래 불러보네 아마다미야 그리운 그 모습 이 밤도 남몰래 그려보네 달 밝은 창가에 홀로 앉아서 님의 생각에 가슴 태우는 사랑은 슬퍼라 아마다미야 그리운 님이여 언제나 또 다시 오시나요 아마다미야 그리운 그 이름 오늘도 남몰래 불러보네 아마다미야 그리운 그 모습 이 밤도 남몰래 그려보네 달 밝은 창가에 홀로 앉아서 님의 생각에 가슴 태우는 사랑은 슬퍼라 아마다미야 그리운 님이여 언제나 또 다시 오시나요" 원곡의 제목은 스페인어로 '내 사랑'이란 뜻을 가진 '아마도 미오(Amado mio)'인데요 손석우 선생님이 가사를 쓰면서 '아마도 미오' 대신 '내 사랑'이란 뜻을 가진 '아마다 미아(Amada mia)로 바꾸었습니다 단어는 달라보여도 뜻은 똑같고요 mia는 여성을, mio는 남성을 뜻한다는 성별차이가 있을 뿐이지요 짐작컨대 '아마도 미오'라는 말보다는 '아마다 미아'라는 발음이 노래하기에 더 부드럽고 편하게 들려서 바꾼 것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이남순 선배님의 '아마다미아'는 현인, 최양숙 선배님같은 1세대 가수들부터 문주란 선배님을 비롯해서 이미배씨 등등 수많은 가수들이 자신만의 스타일로 노래하며 여전히 사랑받고 있는데요 부르는 가수의 스타일에 따라 멋진 탱고가 되기도 하고, 아름다운 발라드 곡으로 표현되기도 하는 노래가 바로 '아마다미아'의 매력입니다 장마철 궂은 날씨가 연일 이어지고 있는데요 흐린 날에 들어도 참 잘 어울리는 '아마다미아'의 그윽한 분위기로 더위는 잠시 잊고, 여름의 낭만을 즐겨보시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