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제어록 6]_대화

[임제어록 6]_대화

삼일선원 – 선불장(選佛場) 對話(대화) 2021년 8월 30일 선재 박준수 선생님 법문입니다 1 먼 길을 떠나는 스승 곁에 제자들이 모여 앉았다 다음은 弟子와 스승 間의 문답이다 ① 참(眞)되게 살아야합니까? 스스로 굴레를 만들지 마라 그렇다면 거짓으로 살라는 말씀입니까? 참된 것도 요구하지 않는데, 하물며 거짓을 요구하겠느냐! ② 착하게(善) 살아야 합니까? 스스로 굴레를 만들지 마라 그렇다면 惡하게 살라는 말씀인가요? 착함도 요구하지 않는데, 하물며 惡함을 요구하겠느냐! ③ 아름답게(美) 살아야 합니까? 스스로 굴레를 만들지 마라 그렇다면 醜하게 살라는 말씀입니까? 아름다움도 요구하지 않는데, 하물며 醜함을 요구하겠느냐! ④ 욕심 없이(戒) 살아야 합니까? 스스로 굴레를 만들지 마라 그렇다면 욕심껏(貪) 살라는 말씀입니까? 無慾도 요구하지 않는데, 하물며 慾心을 요구하겠느냐! ⑤ 평화롭게(定) 살아야 합니까? 스스로 굴레를 만들지 마라 그렇다면 화(嗔)를 내며 살라는 말씀입니까? 평화로움도 요구하지 않는데, 하물며 화(嗔)를 요구하겠느냐! ⑥ 지혜(慧)롭게 살아야합니까? 스스로 굴레를 만들지 마라 그렇다면 어리석게(癡) 살라는 말씀입니까? 지혜도 요구하지 않는데, 하물며 어리석음을 요구하겠느냐! ⑦ 바르게(是) 살아야 합니까? 스스로 굴레를 만들지 마라 그렇다면 비뚤게(非) 살라는 말씀입니까? 바름도 요구하지 않는데, 하물며 비뚤게 살라고 요구하겠느냐! ⑧ 깨달아야합니까? 스스로 굴레를 만들지 마라 그렇다면 중생으로 살라는 말씀입니까? 부처도 요구하지 않는데 하물며 중생을 요구하겠느냐? 2 (1) 이제까지의 모든 質問은 스스로 만들어 낸 이미지인 굴레일 뿐이다 묻고 있는 모든 答은 實在의 兩邊이어서, 이것이 있어 저것이 있고 저것이 없으면 이것도 없는 서로 相卽 相依 相入 하는 것들로 둘이 아니어서 하나는 取하고 나머지 하나는 버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모두 主客合一의 지금 여기 現存一念이요 現存一覺이요 生命이요 如來의 일뿐이다 도대체 우리들이 말하는 眞善美 戒定慧 貪瞋痴 善惡 是非 覺忘 등은 둘이 아니어서 그러한 물건이 따로 存在하는 것이 아니다 모두 실체가 없는 이름이요 개념이요 이미지일 뿐이다 둘이 아닌 것을 어찌 하나는 取하고 하나는 버릴 수가 있겠는가? 그 取하고 버릴 수 있다는 分別 妄想이 葛藤과 苦海를 불러오고, 이 세상을 娑婆世界로 만드는 것이다 善惡의 對決 구도인 世間에서 善이 完勝하는 것을 본 일이 있는가? 그래서 聖經에서도 善惡果를 따먹은 후에 人類는 樂園을 잃었다 하는 것이다 不可能한 것을 試圖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答을 구하지 말 것이다 答으로 받아들이는 卽時 그 모든 答은 굴레로 바뀔 것이다 그 答이 비록 經典이고 聖經이라도 마찬가지다 潙山이 제자 仰山에게 물었다 “팔만 장경 중에 眞說은 어느 정도이고 魔說은 어느 정도인가?” 앙산이 대답하였다 “몽땅 魔說입니다 ” 위산이 말했다 “앞으로 어느 누구도 너를 어쩔 수 없을 것이다 ” 그래서 옛 스승들은 입 열자마자 어긋난다(開口卽錯)한 것이다 모를 수 있어야(但知不會) 비로소 아는 答으로부터의 自由요 解脫이다 答으로부터의 自由가 있는 그대로인 사랑이요 中道다 사랑에 比較가 있던가? 取하고 버림 없이 모두 지금 여기 일임을 깨닫는 것이 사랑인 것이다 (2) 그러므로 答을 求하여 取捨할 일이 아니다 다만 이들이 둘이 아님을 깨달아 取하되 취한 바 없고 버리되 버림이 없어야 바로 涅槃이다 삼조 승찬 스님도 그의 信心銘에서, 至極한 道는 어렵지 않으니 오직 비교 간택함을 꺼릴 뿐이다(至道無難 唯嫌揀擇), 다만 미워하고 좋아함을 그칠 수 있으면 道는 明白하다(但莫憎愛 洞然明白)한 것이다 (3) 나누어진 萬物은 모두 實體가 없는 이름이요 그림자일 뿐이다 取하되 취한 바 없음이요, 버리되 버린 바 없는 것이다 그래서 석가는 兜率天을 떠나기 前에 가빌라 성에 태어나셨다 한 것이다 실로 가되 간 바 없고 오되 온 바 없으며(至至發處 行行到處), 착하되 착한 바 없고 惡하되 악한 바 없다 할 것이다 3 (1) 어린 도신이 삼조 승찬을 찾았다 승찬 “무엇 하러 왔느냐?” 도신 “해탈하려고 왔습니다 ” 승찬 “이놈아 누가 너를 묶었더냐?” 도신은 言下大悟 하였다 그가 四祖 도신이다 (2) 어느 賢人은 딸을 시집보내면서 “시집가면 착한 일 하지 마라 ”하였다 딸이 “그렇다면 惡한 일을 하라는 말씀입니까?” 賢人은 답하였다 “착한 일을 시키지 않는데 하물며 惡한 일을 하라고 하겠느냐?” 이 한마디에 딸은 平生의 糧食을 얻었다 4 무 엇 일 까 ? 質問으로 가슴을 가득 채워라 묻는 마음이 모름(不會)이요, 살아있는 生命이요, 智慧의 門이다 質問 없는 모름은 또 하나의 答일 뿐이다 모름을 넘어 質問하는 눈으로 세상을 보라! 世上은 늘 새로울 것이다 * 교재 : 『임제어록 - 일 없는 것이 좋다 』 김태완 지음, 침묵의 향기 펴냄 127~133쪽 (제2부 : 법어(法語, 1장 남에게 속지 마라 ~ 2장 눈앞에서 듣는 사람) * 도입부 음악 : 아렉산드로 마르첼로(1684-1750), 오보에협주곡 1악장 안단테 연주 - 마르셀 폰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