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체해결제, 운동부 학폭에 취약…제도 보완 절실 / KBS 2021.06.01.

자체해결제, 운동부 학폭에 취약…제도 보완 절실 / KBS 2021.06.01.

[앵커] 야구 유망주들이 학교폭력 부실조사로 야구를 그만두고 있다는 소식, 어제 집중 보도해드렸죠. 학교 운동부 폭력 사건이 제대로 해결되지 않는 이면에는 학교 자체적으로 해결하도록 한 제도의 허점이 있었습니다. 박진영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학교 야구부 선배가 두 차례에 걸쳐 후배들을 심하게 폭행한 사건, 그러나 학교는 학교폭력대책위원회를 여는 대신 가해 학생에 동계훈련 참가금지라는 자체 징계로 사건을 마무리 지었습니다. 지난 2019년 도입된 '학교장 자체해결제도'를 활용했기 때문입니다. 이는 경미한 학교폭력 사건의 경우 학폭위를 여는 대신 학교장 재량으로 학생들 간의 갈등을 해결하는 제도. 자체해결을 위해선 피해 학부모들의 동의가 필요한데, 학교 입김이 센 운동부 특성상 학부모들이 학교 측으로부터 자세한 정보를 얻지 못한 채 형식적으로 동의서를 써주는 허점이 드러났습니다. [폭력사건 피해 학부모/음성변조 : "사건 경위를 전혀 들은 게 없어요. 학교 눈치를 볼 수밖에 없죠. 혹여나 애한테 피해가 되고 책잡힐 짓이 되고 찍힐까 봐…."] 이 때문에 가해학생 처벌도, 피해학생 보호도 없이 야구부 폭력사건은 그대로 종결됐습니다. 뒤늦게 사건을 접한 교육청이 상황의 심각성을 확인했지만, 자체해결제도 특성 탓에 결과를 심의하거나 반려할 수 없습니다. [김형국/대구시교육청 장학사 : "학교장 자체해결은 학교장의 권한이며 학교 자율의 영역입니다. 교육청의 지시가 간섭으로 비춰질 수도 있고 실제로 법으로도 개입할 수가 없습니다."] 학교 폭력을 슬기롭게 해결하기 위한 제도가 폭력을 은폐하고 피해자를 확산하는 허점을 드러낸 만큼 제도 보완이 절실해졌습니다. KBS 뉴스 박진영입니다. 촬영기자:김동욱/그래픽:김현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