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이 춤추는 도서관 / 시낭송 15강 / 님의 침묵 / 한용운/ 님의 침묵 /  한용운 / 인연설2 – 한용운/ 인연설3 – 한용운 / 우리나라 대표 애송시 / 김윤아 시낭송가

영혼이 춤추는 도서관 / 시낭송 15강 / 님의 침묵 / 한용운/ 님의 침묵 / 한용운 / 인연설2 – 한용운/ 인연설3 – 한용운 / 우리나라 대표 애송시 / 김윤아 시낭송가

님의 침묵 / 한용운 님은 갔습니다. 아아 사랑하는 나의 님은 갔습니다. 푸른 산빛을 깨치고 단풍나무 숲을 향하여 난 작은 길을 걸러서 참어 떨치고 갔습니다. 황금의 꽃같이 굳고 빛나던 옛 맹서는 차디찬 티끌이 되어서 한숨의 미풍에 날아갔습니다. 날카로운 첫 키스의 추억은 나의 운명의 지침을 돌려놓고 뒷걸음쳐서 사라졌습니다. 나는 향기로운 님의 말소리에 귀먹고 꽃다운 님의 얼굴에 눈멀었습니다. 사랑도 사람의 일이라 만날 때에 미리 떠날 것을 염려하고 경계하지 아니한 것은 아니지만 이별은 뜻밖의 일이 되고 놀란 가슴은 새로운 슬픔에 터집니다. 그러나 이별을 쓸데없는 눈물의 원천으로 만들고 마는 것은 스스로 사랑을 깨치는 것인 줄 아는 까닭에 걷잡을 수 없는 슬픔의 힘을 옮겨서 새 희망의 정수박이에 들어부었습니다. 우리는 만날 때에 떠날 것을 염려하는 것과 같이 떠날 때에 다시 만날 것을 믿습니다. 아아 님은 갔지마는 나는 님을 보내지 아니하였습니다. 제 곡조를 못이기는 사랑의 노래는 님의 침묵을 휩싸고 돕니다. 인연설1 / 한용운 진정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는 사랑한다는 말은 안 합니다. 아니하는 것이 아니라 못하는 것이 사랑의 진실입니다. 잊어버려야 하겠다는 말은 잊어버릴 수 없다는 말입니다. 정말 잊고 싶을 때는 말이 없습니다. 헤어질 때 돌아보지 않는 것은 너무 헤어지기 싫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헤어지는 것이 아니라 언제나 함께 있다는 뜻입니다.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 우는 것은 그 사람을 잊지 못한다는 것이요,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 웃는 것은 그 사람과 행복하다는 말입니다. 그러나 알 수 없는 표정은 이별의 시작입니다. 떠날 때 울면 잊지 못한다는 증거요, 가다가 달려오면 잡아달란 증거요, 뛰다가 전봇대에 기대어 울면 오직 당신만을 사랑한다는 뜻입니다 인연설2 – 한용운 함께 영원히 있을 수 없음을 슬퍼 말고 잠시라도 함께 있을 수 있음을 기뻐하고 더 좋아해 주지 않음을 노여워 말고 이만큼 좋아해 주는 것에 만족하고 나만 애태운다 원망치 말고 애처롭기까지 한 사랑을 할 수 있음을 감사하고 주기만 하는 사랑이라 지치지 말고 더 많이 줄 수 없음을 아파하고 남과 함께 즐거워한다고 질투하지 말고 그의 기쁨이라 여겨 함께 기뻐할 줄 알고 이룰 수 없는 사랑이라 일찍 포기하지 말고 깨끗한 사랑으로 오래 간직할 수 있는 나는 당신을 그렇게 사랑하렵니다. 인연설3 – 한용운 세상 사람들은 참 어리석습니다. 그리고 눈이 너무 어둡습니다. 그것을 생각할 때 스스로 우스워집니다. 세상 사람들은 먼 먼 더 멀게만 느껴집니다. 그러나 가까운 것은 벌써 가까운 것이 아니며 멀다는 것 또한 먼 것이 아닙니다. 참으로 가까운 것은 먼 곳에만 있는 것입니다. 그것이 또한 먼 곳도 가까운 것도 아닌 영원한 가까움인 줄 세상 사람들은 모르고 있습니다. 말이 없다는 것은 더 많은 말을 하고 있습니다. 말이 많다는 것은 정작 할 말이 없기 때문입니다. 인사를 한다는 것은 벌써 인사가 아닙니다. 참으로 인사를 하고 싶을 땐 인사를 못합니다. 그것은 어쩔 수 없는 더 큰 인사이기 때문입니다. 정말 사랑하고 있는 사람 앞에선 사랑하고 있다는 말을 안 합니다. 안 한다는 것이 아니라 못한다는 것이 사랑의 진리입니다. 잊어버려야 하겠다는 말은 잊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는 말입니다. 정말 잊고 싶을 땐 잊는다는 말이 없습니다. 헤어질 때 뒤돌아 보지 않는 것은 너무도 헤어지기 싫은 때문입니다. 그것은 헤어지는 것이 아니라 언제나 함께 있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