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2역 - 돌발영상 시즌1 2004.03.08 방영 / YTN

1인 2역 - 돌발영상 시즌1 2004.03.08 방영 / YTN

"저는 양심선언 하기 위해 이 자리에 왔습니다 " 3월 6일 열린우리당 당사 복도에서 초라한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동대표들이 인사차 가자고 해서 갔던 것입니다 11월 하순 경에 거기 가서 인사하고 " 스스로를 서울 마포구 성산2동에 사는 유권자라고 밝힌 남자가 몇안되는 기자들 앞에서 백일 전의 일을 회상한다 "저녁 7시가 되었는데 식사나 하고 가자고 해서 갔더니 그 자리에서 봉투를 하나 주는데 보니까 십만원이 들었더라고요 " 열린우리당 한 공천 후보자로부터 돈을 받았다고 주장하는 이 남자는 성명서도 읽어 내려간다 "양심선언을 하려고 이 자리에 왔습니다 저는 오늘 여기까지 " 글자가 잘 안보이는 지 한참을 들여다 본다 "오늘 무거운 마음으로 이 자리에 왔습니다 " 양심선언의 진위야 어찌됐든 인터뷰할 때와 성명서 읽을 때 영락없이 1인 2역이다 1인 2역은 또 있다 3월 7일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는 폭설 피해 지역을 둘러보기 위해 충남 논산을 방문한다 대표 일행이 논산 역사를 빠져나가려는 순간 당원 수십명이 길을 막아선다 "상황이 지금 묘하게 됐어요 " "무슨 일이오?" "지금 공천이 잘못된 걸 모르십니까?" 이들은 논산·금산·계룡 지역 공천에 탈락한 쪽 지지자들이다 "(서울로) 올라 가세요 그냥 올라 가셔야 신상에 " 최대표를 수행하던 한 남자가 끼어든다 "협박을 하시는 거예요, 지금? 봉변을 주시겠다고?" "건방지게, 뭐야 이 자식아! 어른하고 얘기하는데 " 상황이 더욱 격해진다 "막아! 막아! 아무도 오지마!" "논산 땅이 철새 도래지냐고!" "한나라당 망해 먹는 길이여∼" 결국 역장실에서 즉석 면담이 이뤄진다 그리고 잠시 뒤 길이 열리고 한참 항의하던 지구당 사무국장인가 하는 사람이 최대표 팔짱을 다정히(?) 끼고 역사를 나선다 역 앞에는 욕설을 마다않던 조금 전 그 사람들이 조용히 정렬해 있고 확성기가 울린다 "시민 여러분! 당원 동지 여러분!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께서 오고 계십니다 박수로 맞이해 주시기 바랍니다!" '즉석 면담'에서 어떤 말들이 오갔는 지는 모른다 확실한 건 단체로 1인 2역을 했다는 사실이다 하나 더 있다 바로 이 지역에서 출마할 공천 확정자 박준선 변호사! "박준선씨! 당신 뒤에 가지마! 가만 있어!" "나가세요 광장 밖으로 나가 계시죠 " 이인제씨가 버티고 있는 지역구에서 당당히 공천을 거머쥐고 '이변'을 도모하고 있는 그에게 탈락 후보 지지자의 고함쯤이야 변호사 총선 후보 이건 '인간 박준선'의 제2역이다 그의 제1역은? 4년 전으로 거슬러 2000년 16대 총선을 두달 앞둔 시점 그는 서울지검 검사 신분으로 한나라당 중앙당사 앞에 서있다 그의 가슴에는 혈액형(A)까지 적혀있는 서울지검 검사 박준선의 신분증이 선명하고 동행한 검사 손에는 체포영장이 들려있다 피의자 정형근! 그는 정형근 의원을 구속하려 했던 담당 검사였다 구속은 불발로 그쳤고 정의원은 두달 뒤 무난히 금배지를 거머줬다 그리고 4년 검사와 피의자는 나란히 같은 당의 총선 후보가 됐다 세월이 정말 약이었는지 이것이 금배지의 힘인지 '인간 박준선'의 1인 2역이 어떤 평가를 받을 지 4월 15일이 기다려진다 돌발영상 PD 노종면 [dolbal@ytn co kr] ▣ YTN돌발영상 채널 구독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