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종료' 18세의 홀로서기…신간 '비밀에 기대어'  [뉴스브릿지] / EBS뉴스 2025. 02. 07

'보호종료' 18세의 홀로서기…신간 '비밀에 기대어' [뉴스브릿지] / EBS뉴스 2025. 02. 07

[EBS 뉴스] 가족의 보살핌을 받지 못하고 시설에서 자란 청소년들은 보통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2월 이맘때쯤 지내던 곳에서 나와야 합니다 법적으로는 성인이지만, 모든 걸 혼자 헤쳐나가기는 아직 어린 나이입니다 오늘 뉴스브릿지에선 자립을 준비하는 20대 청년의 적응기를 통해 우리 사회가 고민해봐야 할 지점은 무엇인지 짚어봅니다 자립 준비 청년의 삶을 다룬 에세이, '비밀에 기대어'를 쓴 허진이 작가, 스튜디오에 자리했습니다 쓰신 책 제목이 '비밀에 기대어'입니다 이 책 제목의 의미가 뭔지 궁금해지는데요 허진이 작가 / 자립준비청년 에세이 출간 책 '비밀에 기대어'는 자립 준비 청년으로 살아온 저의 유년 시절부터 그리고 또 부모가 된 현재까지의 이야기를 담아낸 이야기입니다 먼저 자립 준비 청년에 대한 설명을 드리자면 자립 준비 청년은 아동 양육 시설 그리고 공동생활가정, 가정위탁 등의 보호를 받다가 만 18세 이후 보호가 종료되어 사회로 나와 자립을 준비하게 되는 청년을 의미합니다 저의 비밀에 가까웠던 이야기를 통해서 많은 분들이 자립 준비 청년에 대한 존재와 그리고 현실을 좀 많이 알게 되기를 바랐고요 더불어 저도 저의 비밀에 기대어서 말 못했던 말들을 마음껏 털어놓고 또 외롭고 힘들었던 어린 시절을 어른이 된 제가 다시 돌보는 경험을 했습니다 자신만의 비밀을 털어놓지 못하는 누군가에게 저의 책이 위로나 희망 그리고 자신의 비밀을 털어놓을 수 있는 이유가 될 수 있기를 바라면서 제 책의 제목을 '비밀에 기대어'라고 지었습니다 서현아 앵커 네, 이 비밀이 또 비슷한 상황에 있는 많은 청년들에게 위로의 메시지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작가님께서는 19년 동안 보육시설에서 생활을 했습니다 이 보호 종료된 시점에 사회에 나왔을 때 어떤 점이 가장 힘들었던가요? 허진이 작가 / 자립준비청년 에세이 출간 마음 둘 곳이 어디에도 없다, 제가 보육원을 나와서 서울로 올라가는 기차에서 들었던 생각입니다 19년을 생활한 보육원을 떠나는데 설렘과 불안한 감정이 공존했던 것 같아요 돌아갈 곳 없는 사람의 마음은 세상에 버려진 듯한 느낌이 들기도 했어요 많이 외로웠고 또 혼자서 결정하기 어려운 일에 조언을 구할 어른이 없어서 시행착오도 많이 경험을 했습니다 무엇보다 19년의 보육원 생활을 벗어난 것에 대한 자유로운 기분을 통제하기가 굉장히 어려웠어요 하고 싶었던 것 그리고 먹고 싶었던 것 또 사고 싶었던 것들을 하나씩 해나가는 즐거움이 너무 컸거든요 그런데 자립 준비 청년에게는 마음껏 실패하고 또 경험할 수 있는 시간이 또 충분히 주어지지 않기 때문에 저는 얼른 서둘러서 생존을 위해 열심히 살아야 했습니다 그래서 우리 사회가 자립 준비 청년이 충분히 경험하고 또 방황하고 실패할 수 있도록 기다려주고 넉넉한 기회를 제공할 수 있는 사회가 된다면 너무 좋을 것 같습니다 서현아 앵커 네, 만 18세면 사실 아직도 너무나 어린 나이인데 꿈이나 미래 이런 것보다는 당장의 생존을 위해서 달려야 한다는 거 그게 가장 힘들었을 것 같은데요 이런 시기를 돌이켜 봤을 때 우리 자립 준비 청년들에게 가장 필요한 건 뭐라고 보시는지요? 허진이 작가 / 자립준비청년 에세이 출간 그런 힘든 시기에 저를 일으켜 주었던 것은 사람이었던 것 같아요 함께 자립을 하고 있는 우리 동료들 그리고 또 좋은 어른들 그리고 저를 있는 그대로 바라봐주는 사람들 덕분에 잘 살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자립 생활에 정말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잘 살고 싶다라는 의지가 계속 한 발 한 발 더 나아가게 하더라고요 그래서 성공적인 자립이 무엇일까라고 생각을 했을 때 살아야 할 이유를 내 안에서 찾게 되었을 때라고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자립 준비 청년에게 물론 경제적인 지원, 환경적인 지원, 심리적인 지원 등등 많은 것이 필요하지만 이것들 바탕에는 자립 준비 청년이라는 사회 구성원이 잘 살고 싶은 의지가 생기는 것을 목적으로 좀 제도 개선이 좀 필요하다라고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서현아 앵커 네, 스스로 잘 살고 싶다라는 의지를 갖게 해 주는 거 정말 사회적 부모로서 우리 모두가 해야 할 일이겠죠 지금은 가정을 꾸리고 예쁜 딸을 키우는 엄마로 살아가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엄마로서의 삶은 어떻습니까? 허진이 작가 / 자립준비청년 에세이 출간 마침 어젯밤에 제가 아이를 재우는데 너무 잠을 안 자서 제가 한 소리 했더니 아이가 "엄마는 화를 내는데 왜 이렇게 예쁘게 얘기해" 이렇게 말을 하더라고요 그래서 아이를 키운다라는 게 이렇게 이 작은 존재로부터 이 기쁨과 큰 행복을 느끼는 거구나라면서 새삼스럽게 엄마로서의 삶이 참 행복하다라고 느꼈어요 그런데 또 마냥 힘들고 버거웠던 순간들도 있었어요 일반적인 가정에서 자란 경험이 없고 또 부모에게 사랑받은 경험이 없는 제가 과연 좋은 엄마가 될 수 있을까 라고 생각을 해봤을 때 절대 그러지 못할 것 같아서 너무 울적했거든요 그래서 역시나 아이를 키우면서 아 부모에게 난 이런 사랑을 못 받았지 하면서 저의 결핍을 구체적으로 마주하기도 해요 그런데 또 그런 상황들을 나에게 또 새로운 자립의 과제가 주어졌구나라고 생각하면서 좀 씩씩하게 해 나가고 있는 중입니다 서현아 앵커 네, 화가 나는 순간에서 화를 내지 않고 예쁘게 말을 할 수 있다는 건 정말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잖아요 세상에서 가장 좋은 엄마가 되실 거라고 믿습니다 자립 준비 청년들에게 이 책이 또 많이 위로가 될 것 같은데요 비슷한 상황을 겪고 있는 후배들에게 한말씀 해 주신다면요? 허진이 작가 / 자립준비청년 에세이 출간 책의 출간 소식을 듣고 저희 보육원 친구들에게 굉장히 연락이 많이 왔어요 그래서 옛날 생각이 많이 난다 그리고 이 에피소드 너무 웃기다 아니면 야 이런 일도 있는데 왜 안 썼어 라고 여러 반응들이 있었어요 그 반응들이 참 재미있고 너무 좋았어요 그래서 많은 자립 준비 청년들이 제 책을 읽고 지난 경험에 대해서 뭔가 외롭고 힘들고 뭔가 결핍으로만 생각하지 않고 이렇게 재미있고 사랑스러웠던 순간들을 많이 떠올리고 발견할 수 있으면 너무 좋을 것 같아요 그 순간들을 떠올린다라는 게 어떻게 보면 내 삶을 조금 더 사랑하고 나를 좀 사랑할 수 있는 방법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거든요 또 여러분에게도 말 못하는 비밀이 있는지, 있다면 주변에 믿을 만한 다정한 사람에게 털어놓는 것은 어떤지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제가 솔직하게 털어놓아 보니 좀 후련하고 그리고 또 이제야 저를 온전히 마주하고 그리고 좀 더 나다워지는 계기가 되었거든요 그래서 자립 청년뿐만 아니라 남들과 조금 다른 이야기를 가진 분들이 자신의 이야기가 결코 이상한 이야기가 아니라 좀 특별한 이야기가 될 수 있다라는 것을 꼭 아셨으면 좋겠습니다 서현아 앵커 네, 이 책이 이미 굉장히 큰 희망의 메시지가 될 것 같은데 혹시 여기에 더해서 앞으로 자립 준비 청년들을 위한 활동 계획이 또 있으신지요? 허진이 작가 / 자립준비청년 에세이 출간 당장은 제 책이 많이 팔려서 제가 큰 기쁨을 느끼는 것이 저의 가장 적극적인 활동이 될 것이고요 그리고 두 번째로는 많은 분들이 제 책을 통해서 자립 준비 청년을 많이 아셨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이 앎과 이해를 바탕으로 자립 준비 청년이 좀 더 잘 지낼 수 있는 편안한 사회가 되는 것이 제가 기대하는 바이고요 그렇게 되기까지의 제가 좀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부지런히 저의 삶에 대해서 감각하고 표현하면서 지낼 예정입니다 서현아 앵커 정말 18살 되자마자 홀로 서야 하는 청년들이 해마다 2천 명이 넘는다고 합니다 이들이 희망을 이어갈 수 있도록 더 많은 그리고 꾸준한 관심이 이어지길 바랍니다 작가님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